드라마 ‘청와대 사람들’(사진), ‘멘탈리스트’ 등이 1여 년째 공개 시기와 플랫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이스토리
극심한 재정난·공급과잉 겹쳐
톱스타 내밀어도 편성 힘들어
오디션 줄어 조·단역 불안감
최근 많은 드라마들이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공개할 채널이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확보하지 못해 방송가 안팎에서 위기감이 증폭하고 있다. 방송사와 OTT가 저마다 극심한 재정난을 이유로 월화, 수목드라마를 없애거나 오리지널 시리즈를 줄이면서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선보일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톱스타 내밀어도 편성 힘들어
오디션 줄어 조·단역 불안감
공급이 수요를 한참 넘어선 ‘드라마 과포화’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방송가에 따르면 캐스팅 작업까지 마쳤음에도 공개 플랫폼을 잡지 못한 드라마가 100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석규 주연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해 박시후가 주연한 ‘멘탈리스트’, 차인표가 나선 시트콤 ‘청와대 사람들’ 등이 촬영을 마친지 1년 가까이 지난 최근까지 편성을 보류한 상황이다.
이에 제작사 사이에서는 내년 제작 편수가 올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디션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단역 에이전시 관계자는 “연기로 밥벌이를 하는 조연이나 단역들 사이에서 ‘이러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에 짙게 드리워진 편성 불안으로 인해 참신한 소재를 발굴하거나 신인을 기용하는 시도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회당 평균 15억 원까지 제작비가 치솟고, 드라마를 만들어도 공개 여부 자체마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로맨스, 스릴러 등 인기 소재와 스타들에게만 목매달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2일 “갈수록 텐트폴(흥행이 보증된 작품) 말고는 좋은 퀄리티를 내기가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되면 한국드라마에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드라마 시장 전반에서 기존에 있던 방식을 깨고 새로운 수익구조나 소재, 기획 등을 전략적으로 개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