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선수들이 2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PO 2차전 원정경기 도중, 득점에 성공한 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현대건설이 반격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2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2차전 원정경기에서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22)으로 완파하고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양 팀의 3차전은 29일 수원체육관에서 펼쳐진다.
현대건설은 ‘0% 확률’에 도전한다. V리그 여자부 역대 18차례 PO에선 1차전 승자가 모두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에 올랐다. 25일 홈 1차전을 내줬던 현대건설로선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를 얻었다.
외국인 에이스의 힘이 컸다. 현대건설 주포 모마는 블로킹 1개, 서브 2개를 곁들여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점(공격성공률 53.85%)을 뽑았다. 토종 공격수들도 날아올랐다. 정지윤이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1점, 고예림이 8점을 거들었다. 미들블로커(센터) 이다현도 블로킹 3개로 힘을 보탰다. 현대건설은 블로킹 9개, 서브 5개를 기록한 반면 정관장은 블로킹 2개에 그쳤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건설의 키워드는 ‘즐기는 배구’였다. 어쩌면 다사다난한 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던 강성형 감독은 “즐겁게 뛰어달라”는 메시지만 전했다. 물론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강 감독은 “정지윤에게 집중될 서브를 버티면 이길 수 있다”며 밝혔다.
반면 정관장은 평정심을 강조했다. 고희진 감독은 “한 세트, 한 경기부터다. 마음이 앞서면 리듬이 무너진다. 점수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큰 리스크가 있었다. 1차전에서 무릎 상태가 악화된 세터 염혜선이 결장했다. 그 대신 김채나와 안예림이 나섰으나, 한계가 뚜렷했다.
1세트부터 현대건설의 흐름이었다. 모마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5점, 정지윤과 고예림이 4점씩을 거들었다. 현대건설이 블로킹 4개, 서브 1개를 성공시키는 동안 정관장은 결정적 포인트를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2세트도 마찬가지였다. 14-14까지 팽팽히 맞서던 정관장의 조직력이 갑자기 흔들렸다. 현대건설은 정지윤의 퀵오픈, 모마의 서브 에이스, 이다현의 블로킹 등으로 점수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3세트는 좀 더 치열해졌지만, 현대건설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관장이 따라붙으면 다시 점수를 쌓았고, 리드를 내주면 침착하게 추격한 끝에 승부를 마무리했다.
강 감독은 “주전 세터(염혜선)가 빠진 정관장에 범실이 많았다. 우린 이 틈을 잘 이용했다. 정지윤이 리시브, 블로킹으로 잘 버텨줬고 모마도 좋아졌다.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며 활짝 웃었고, 고 감독은 “세터 공백이 느껴졌다.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큰 경기는 집중력이 중요하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