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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감독(62·잉글랜드)이 이끄는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H조) 통과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내심 역대 최고 성적인 2015캐나다월드컵 16강 진출을 넘어 한국여자축구의 일대 도약을 노린다. 직전 대회인 2019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3전패의 악몽도 말끔히 씻고자 한다.
‘벨호’에 승선한 선수 23명 중 만 29세 이상은 무려 14명에 이른다. 이들은 저마다 4년 전 3전패의 참사 속에 울었거나, 부상으로 대회 출전이 무산돼 아쉬움을 삼킨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에 남다른 각오로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10일 호주로 출국하기 전 스포츠동아와 만난 대표팀 베테랑들은 “현재 대표팀은 포지션과 나이를 막론하고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플레이해야 할지 알고 있다. 지난 4년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거듭났다”고 자신했다.
부상을 딛고 8년만의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윤영글(36·BK헤켄)과 박은선(38·서울시청)은 지난 4년을 ‘와신상담’하며 보냈다. 윤영글은 선수로는 황혼기와 다름없는 나이에도 매일 10㎞씩 뛰며 몸 상태를 관리했다. 박은선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태극마크 앞에서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주장 김혜리(33·인천현대제철), 조소현(35·토트넘 위민), 지소연(32·수원FC 위민)의 의지도 결연했다. 조소현은 “실수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선수들끼리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베테랑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김혜리 역시 “과거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많이 무너졌지만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졌다”며 “지금 대표팀의 자신감과 분위기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좋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베테랑들은 또 이번 월드컵을 통해 더 많은 후배들이 유럽으로 향하길 바란다. 한국여자축구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윤영글은 “벨 감독님의 고강도 훈련은 현재 한국에선 대표팀만 실시하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17세 전후 유망주들이 고강도 훈련을 해내고 있다”며 “지금도 후배들에게 늘 ‘기회가 되면 유럽에 나가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금민(29·브라이턴 위민)도 “해외에서 뛰면서 세계무대 적응도가 높아졌다.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