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알카라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가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17일(한국시간) 끝난 2023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1-6 7-6<8-6> 6-1 3-6 6-4)로 꺾고 우승했다.
2020년 ATP 투어 본선 무대에 데뷔한 알카라스는 이듬해 7월 크로아티아오픈에서 첫 ATP 투어 우승을 신고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어 2021년 US오픈에서 8강까지 올랐고,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만 21세 이하 중 세계랭킹 상위 8명 참가)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테니스황제 후보로 입지를 다졌다.
이어 지난해 열린 ATP 투어 마스터스 1000 시리즈인 마이애미오픈, 마드리드오픈에서 만 19세의 나이로 잇달아 역대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마드리드오픈에선 라파엘 나달(37·스페인·136위)과 조코비치를 연파하며 테니스 팬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받았다. 기세를 탄 알카라스는 지난해 9월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궜다. 만 19세 4개월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역대 최연소 기록까지 세웠다.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했지만, 알카라스는 올해 호주오픈을 앞두고 부상 암초를 만났다. 오른 다리 부상으로 인해 1월 호주오픈에 불참했고, 5~6월 프랑스오픈 때까지 재활에 집중했다. 클레이코트에서 강점을 보인 그는 프랑스오픈에서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조코비치와 준결승에서 다리 근육 경련 증세 때문에 1-3으로 패했다. 이처럼 부상 악령에 발목을 잡히는가 싶었으나, 그 후 한 달 만에 펼쳐진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고 복수에도 성공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카라스의 이번 우승으로 윔블던 남자단식에선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장식됐다. 무려 21년 만에 ‘빅4’가 아닌 새로운 선수가 우승컵에 이름을 새겼다. 빅4는 2000년대 초반부터 테니스 남자단식의 세계적 인기를 이끈 4명의 선수를 말한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 나달, 조코비치, 앤디 머레이(36·영국·40위)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윔블던 우승컵을 나눠 가졌다. 이들이 우승컵을 싹쓸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윔블던에서 우승한 선수는 2002년 우승자인 레이튼 휴잇(은퇴·호주)이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조코비치를 결승 상대로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꿈꿔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무대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조코비치를 꺾고 역사를 만든 것은 나에게 매우 놀라운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알카라스의 시대가 펼쳐지는 2023년 여름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