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정훈.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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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타석을 대타라는 생각으로.”

롯데 자이언츠 이정훈(29)은 올 시즌 퓨처스(2군)리그에서 54경기 타율 0.288을 기록했다. 2017년 프로 데뷔 후 100타석 이상 소화한 시즌 중 가장 낮은 타율이다. 이유가 있다. 이정훈은 “선발로 출전해도 대타로 나섰다고 가정하고 뛰었다. ‘초구부터 보이면 돌린다’고 생각했고, 설령 내 공이 아니어도 적극 타격에 초점을 뒀다”며 “그래서인지 지금껏 퓨처스리그 기록 중 올해 기록이 가장 안 좋다”고 밝혔다.

이정훈은 1군에서 주어질 단 한 타석을 준비했다.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었다. 롯데 이적 전까지 퓨처스(2군)리그 5시즌 동안 375경기에 나섰지만, 1군에선 61경기 출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방출된 뒤 절실함은 더 커졌다. 이정훈은 “1군에 가면 늘 쫓겼다. 이번에는 ‘1군에 가면 난 무조건 대타’라는 생각을 했더니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당장 결과가 좀 나왔다고 안주하면 금방 나태해지기 마련”이라며 스스로를 경계했다.

롯데는 왼손 대타요원을 필요로 했다. 이정훈은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적은 기회를 잘 살렸다. 이정훈은 올 시즌 첫 1군 경기인 7월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대타로 출장해 홈런을 때려냈다. 다음날부터 4~5번타순에 설 기회가 주어졌다. 이정훈은 22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선 2루타 한 방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롯데 이정훈.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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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타석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자신의 재능을 높게 산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와 구단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방출 이후 복수 구단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산행을 택한 건 KIA 시절 퓨처스 감독과 선수로 함께한 박 코치의 영향이 컸다. 이정훈은 “롯데를 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코치님이 ‘내 옆으로 와라. 네 장점들 모두 잘 알고 있으니 함께 잘 살려보자’고 힘을 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한 선택도 불사했다. 이정훈은 포수가 아닌 1루와 외야 수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정훈은 “수비 포지션을 아예 바꿨다. 코치님께서 ‘한번 살려보자’고 해주셔서 바꾸게 됐는데, 지금이 더 편하다. ‘수비 부담이 줄면 타격에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실제 있다는 걸 느낀다. 타격에 집중할 시간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