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열세 상황 불사’ 롯데 구승민, 기록이 담지 못한 땀

입력 2023-09-05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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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구승민.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팀과 리그 불펜투수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는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33)은 기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투수다.

먼저 롯데 소속 투수로는 역대 최다 홀드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4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챙긴 홀드가 통산 107개째였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임에도 롯데에서 세 자릿수 홀드를 수확한 투수는 없었다. 이뿐이 아니다. 구승민이 2020년부터 쓴 4연속시즌 두 자릿수 홀드 기록 또한 구단 최초다.

구단을 넘어 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불펜투수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올 시즌 20홀드로 2020년부터 4연속시즌 20홀드를 작성했다. KBO가 홀드를 정식기록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4연속시즌 20홀드 달성자는 안지만(전 삼성 라이온즈·2012~2015년)밖에 없었다.

홀드는 팀이 앞서고 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기록이다. 점수차도 충족돼야 한다. 그렇다면 구승민의 가치는 더더욱 숫자로 다 나타낼 수 없다. 대개 필승조로 분류되는 투수들에게는 등판상황이 특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구승민처럼 셋업맨으로 오래 뛴 투수라면 팀의 리드 상황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구승민에게는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승민은 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던졌다. 리드, 열세 상황을 가리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연투도 불사했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구승민은 올 시즌 3점차 이하 열세 상황에서도 팀 내 불펜투수들 중 가장 많은 137타자를 상대했다. 심지어 홀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4점차 이상 열세 상황에서도 12타자를 상대했다. 또 동점(45타자), 4점차 이상 리드(4타자) 상황도 적지 않았다.

롯데는 시즌 막판으로 향할수록 구승민을 더 자주 찾는다. 올해도 포스트시즌(PS) 진출에 목말라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른바 ‘잡아야 하는’ 경기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구승민은 8월에도 2차례나 3연투를 했다. 괜히 올 시즌 팀 내 최다 이닝(56), 최다 투구수(1049개)의 불펜투수가 된 게 아니다.

구단의 더욱 철저한 관리가 뒤따른다면 충분히 더 많은 대기록을 쓸 수 있는 투수다. 역대 최다 홀드를 보유한 안지만(177홀드)에 도전할 수 있는 현역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구승민과 정우영(LG 트윈스), 주권(KT 위즈·이상 109홀드) 정도다. 이 중에서도 리그 최초의 5연속시즌 20홀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투수는 현재로선 구승민뿐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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