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사진제공 | 2023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그러나 200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직후 오른 손목 부상에 시달리며 미국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허무하게 기권했고, 그 사이 김나영(18·포스코인터내셔널 스피너즈)이 급성장하면서 위축되는 듯했다. 신유빈의 재능을 의심하는 이는 적었지만,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절치부심한 신유빈은 올해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함께 한국탁구에 36년만의 여자복식 은메달을 안기며 기대에 부응했다. 준결승에선 쑨잉샤-왕만위(중국·세계랭킹 3위)를 꺾는 등 만리장성 격파의 해법도 조금씩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느새 신유빈은 여자단식에선 세계랭킹 9위, 전지희와 호흡을 맞추는 여자복식에선 1위, 임종훈(27·한국거래소)과 함께하는 혼합복식에선 3위까지 도약했다. “여자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상대의 공에 (라켓을) 갖다 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받아칠 줄 알아야 한다. 포핸드 공격으로 점수를 따내는 과감함과 힘도 있어야 한다”는 탁구 원로들의 조언에 가장 들어맞는 선수라는 평가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메달이 필요하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파리올림픽에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 홍차옥 한국프로탁구리그 감독관, 석은미 여자탁구국가대표팀 코치,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 등 역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잇달아 메달을 목에 건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겠다는 포부다.
신유빈은 “최근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며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체력 부담은 없다. 자신감을 경기에 잘 녹여내겠다”며 “부상으로 1년간 손목을 쓰지 못하는 사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잘 만들었다. 순발력이 좋아진 만큼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