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지동원.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팀의 위기 속에 지동원이 중요한 한 방을 터트렸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34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서울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서울은 파이널라운드 첫승을 거두며 7위(13승11무10패·승점 50)를 지켰다.
이날 서울의 경기력은 시종일관 답답했다. 정규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전북 현대와 33라운드에서 0-2로 져 파이널B(7~12위)로 떨어진 서울은 강원을 맞아 윌리안과 한승규를 최전방에 두는 파격적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상대 배후공간을 노린다는 김진규 감독대행의 계획과 달리 서울의 공격은 무뎠다. 나상호의 프리킥 선제골로 간신히 앞서갔지만, 가브리엘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후반 중반까지 불안한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동원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35분 박수일의 헤더가 강원 골대를 맞고 나오자, 침착하게 머리로 마무리했다. 지동원의 결승골로 서울은 팬들의 성난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지동원에게도 특별한 골이다. 2021년 8월 광주FC전 이후 2년 2개월 만에 골 맛을 본 그는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년 동안)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골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큰 기대를 샀다. 20세 때인 2011년 선덜랜드(잉글랜드)로 이적해 유럽무대를 밟은 그는 아우크스부르크~도르트문트~다름슈타트~마인츠(이상 독일)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2021년 브라운슈바이크(독일) 임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이적하면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늘 잔부상이 따랐고, 주전경쟁에서도 밀린 탓에 2021시즌 12경기에서 1골·1도움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고작 3경기에 나섰고, 공격 포인트는 전무했다. 그렇게 서서히 잊히는 존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동원은 끝까지 부딪히려고 한다. 그리고 묵묵히 갈고 닦은 끝에 값진 골로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강원전 득점 후 감정이 북받쳐 두 손을 모은 그는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 모르지만, 더 잘하고 싶다. 이 골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동원에게 이제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더 많은 경기를 뛰고, 더 많은 골을 넣고 싶은 마음뿐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