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유영찬.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는 화려한 불펜을 보유한 팀이다. 국가대표 필승조 정우영-고우석을 간판투수로 둔 데다 우완 정통파부터 좌완, 사이드암까지 유형별 투수를 두루 갖추고 있다. 또 베테랑 김진성과 이루는 신구조화까지 빈틈이 없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LG를 상대하는 KT 위즈 이강철 감독도 “경계대상 1호를 꼽자니 LG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이 불펜인데, 그 수가 7~8명이나 돼 무척 까다롭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염경엽 LG 감독에게 걱정스러운 요소가 없진 않았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LG는 이제 가을이 익숙한 팀이 됐지만 유영찬, 손주영 등 큰 경기를 경험하지 못한 영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필승조를 제외한 투수들 중 접전 상황에 투입될 가능성이 컸던 유영찬의 활약에 쏠리는 관심이 컸다. 염 감독은 “불펜에 큰 경기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가 몇 있는데, 영찬이가 잘해준다면 마운드 운영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바랐다.
유영찬은 올 시즌 LG의 발견 중 하나다. 다만 가을야구 등판 경험은 없었다. 건국대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은 1997년생이지만, 병역 의무를 먼저 이행하느라 올해가 되어서야 데뷔했다. 그래도 올해 정규시즌 67경기에 등판해 6승3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ERA) 3.44, 이닝당 출루허용(WHIP) 1.40으로 훌륭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 흐름이 PS에서도 이어진다면 염 감독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였다.
유영찬은 자신의 첫 가을야구이자 KS 등판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S 2차전 1-4로 뒤진 5회초 2사 1·2루서 등판한 그는 첫 타자 문상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이날 LG 투입된 불펜 7명 중 가장 긴 2.1이닝을 1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염 감독은 “구위가 좋아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영찬이의 투구 비중을 좀더 길게 끌고 갔는데, 맡은 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준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칭찬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