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이순민.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령별 대표 이력이 전무한 데다 26세가 돼서야 프로무대에 겨우 데뷔했다. 국가대표 발탁은 언감생
심이었고,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K리그1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태극마크까지 달며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2023시즌 K리그의 신데렐라 이순민(29·광주FC)의 이야기다.
이순민은 올 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1골·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소속팀 광주를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인 3위(승점 59·16승11무11패)로 이끈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순민은 “포기하지 않았더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한 시즌을 정신없이 보내면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고 2023시즌을 되돌아봤다.
K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거듭난 이순민이지만, 그동안의 축구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7시즌 광주에 입단했지만, 그 해 단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 2018시즌과 2019시즌에는 K3리그 포천시민축구단에서 뛰었다. 광주로 복귀한 2020시즌에도 2경기 출전에 그쳤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그의 잠재력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는 적었다.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K리그1 베스트11 MF를 수상한 이순민(광주FC)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러나 이순민은 2021시즌부터 만개하기 시작했다. 그 시즌 팀은 K리그2로 강등됐지만, 28경기(1골·1어시스트)에나 출전하며 주전 자리를 꿰찬 그에게는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이순민은 “주전으로 뛴 첫 시즌 팀이 강등돼 좌절을 맛봤지만 내면은 더 단단해졌다. 포천 시절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과 함께한 지난 2시즌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는 2022시즌 K리그2에서 우승했고, 올 시즌에는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까지 따냈다. 이순민도 이 기간 K리그1과 K리그2에서 모두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미드필더 전향 후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열심히 중원에서 싸웠다. 축구가 더 재밌어졌다”며 “감독님의 세심한 지도로 성적이 나기 시작하자 감독님을 향한 신뢰와 자신감 모두 늘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주변에서 나를 통해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계속 좋은 영감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