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대행. 사진제공 | KOVO
일단 변화의 첫 걸음은 나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겨 5승13패, 승점 19를 기록했다. 주포 아흐메드가 23점을 쓸어 담은 가운데 허수봉(13점)과 전광인(12점)도 제 몫을 했다.
현대캐피탈은 3명의 감독(김호철, 하종화, 최태웅)과만 동행했다. 역사에 없던 감독대행이 생긴 것은 그만큼 변화가 절박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 전 감독의 족적은 깊다. 삼성화재를 거쳐 현대캐피탈에서도 명세터로 군림한 그는 2014~2015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곧장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가 은퇴하자마자 감독으로 변신한 V리그 최초의 사례였다.
파격적 결정이었음에도 최 전 감독은 대단했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불발됐으나 사령탑 첫 시즌 18연승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챔프전 우승을 일궜다. 2017~2018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챔프전 준우승, 2018~2019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부터 리빌딩에 들어갔다. 먼 미래를 위한 기약 없는 농사였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영건들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고, 베테랑들은 나이를 먹었다. 2021~2022시즌 첫 최하위에 머문 현대캐피탈은 지난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챔프전 준우승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 다시 하향세를 탔고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내게 됐다.
아쉬운 마무리와 별개로 ‘최태웅 시대’에 현대캐피탈은 스피드배구, 토털배구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과감한 세대교체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기에 혼란스럽지만 명확하게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빌딩에 더 박차를 가할지, 성적에 도전할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올 시즌이 절반이나 남은 만큼 아직 포기하기에는 꽤 이른 시점인 것도 맞다. 갈림길에 선 현대캐피탈의 선택이 궁금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