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에릭 요키시. 스포츠동아 DB
에릭 요키시(35)의 영입은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NC 다이노스의 돌파구이자, 모험이었다. 그의 전임자였던 대니얼 카스타노(30·은퇴)가 19경기에서 8승6패, 평균자책점(ERA) 4.35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카드 대신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결단했다.
위험 요소가 적지 않았다. 요키시는 지난해 6월 부상으로 5시즌 동안 함께했던 키움 히어로즈와 작별한 뒤 1년간 무소속으로 개인훈련만 소화했다. 이 때문에 실전감각 저하에 따른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두산 베어스가 어깨를 다친 브랜든 와델의 단기 대체 외국인투수를 고민하다가 요키시가 아닌 시라카와 케이쇼를 선택한 데도 영향을 미친 요소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8월 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2이닝 만에 8안타 2홈런 4볼넷 2탈삼진 10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다음 선발등판이었던 8월 15일 창원 SSG 랜더스전에서도 4.1이닝 6안타 2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를 벗어났다. NC가 11연패의 수렁에 빠진 상황이라 요키시의 부진은 더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그 후 4경기에선 전혀 다른 투수가 돼 돌아왔다. 8월 20일 청주 한화전부터 이달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2회를 포함해 3승무패, ERA 2.05(22이닝 5자책점)로 역투를 거듭했다. 좌타자의 몸쪽으로 깊게 찌르는 투심패스트볼이 살아나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 기간 홈런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것 역시 눈에 띄는데, 땅볼(39개)/뜬공(27개) 비율은 1.44로 팀 내 최상위권이다. 2번째 경기까지 15.75에 이르렀던 시즌 ERA 또한 5.70으로 크게 낮췄다.
요키시가 살아난 시점부터 NC도 부쩍 힘을 내고 있다. 아직 가을야구의 희망을 놓지 않은 이유다. 8월 20일 이후 16경기에서 승률 5할을 웃돈다. 8월 첫 13경기에서 1승12패로 무너졌던 사실을 고려하면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한 토종 에이스 신민혁의 공백까지 고려하면 카일 하트(24경기·13승2패·ERA 2.31)와 요키시(6경기·3승2패)의 활약은 더욱 반갑다.
스스로도 최근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요키시는 “최근 3경기에서 몸이 완전히 적응한 듯한 기분”이라며 “그런 점이 실전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듯하다. 남은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짧게 이닝을 끝내 야수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 앞으로도 꾸준히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인권 NC 감독 역시 “요키시가 선발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의 활약을 크게 반겼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