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경륜장인 광명스피돔. 2006년 잠실 올림픽 공원에서 이곳으로 옮겨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1994년 10월 15일에 진행한 서울 올림픽공원 잠실 경륜장 개장식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 경륜의 시작점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잠실주경기장과 올림픽공원을 만들고 그곳에 자전거경기장(올림픽 벨로드롬)을 비롯한 체조, 펜싱, 수영 등의 경기장을 건설한 시절부터 시작한다.
세계적인 스포츠 빅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체조경기장 등 다른 경기장은 각종 스포츠 대회, 공연장 등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 100억 원이 넘게 투입한 잠실 벨로드롬은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전거 전용 경기장이었기에 다른 분야로 활용 대책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활용 방안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 및 검토 끝에 경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91년 경륜경정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1993년 7월 경륜 시행 및 경륜장 설치 허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덴마크와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 3번째 경륜 국가가 되었다.
잠실 경륜장에서 고객들이 경륜 경주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1994년 10월 15일 잠실 벨로드롬에서 2000여 명의 고객과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하지만, 경륜의 출발 첫날 정작 경주는 벌어지지 못했다. 3일 연속 쏟아지는 비로 인해 개막 첫 주에 경주가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잠실 벨로드롬은 트랙이 나무 재질이어서 비가 오면 자전거가 미끄러져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다음 주인 10월 22일에서야 비로소 첫 경주가 열렸다. 당시 관중은 300여 명, 매출은 1200만 원에 불과했다 수년간 준비했는 데도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관중 숫자와 매출로 인해 ‘과연 한국에서 경륜이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나왔다.
2006년 광명스피돔 개장식.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잠실 경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6년여의 준비기간 끝에 완공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이후 6년여의 준비 끝에 2006년 잠실 올림픽공원을 떠나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경륜장인 광명스피돔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다 2011년 매출 2조 원을 다시 회복하기도 했지만 불법 도박이 성장하면서 다시 정체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주를 못하면서 차입 경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온라인 발매시스템 ‘스피드온’을 정착시키면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2013년 광명스피돔 광장에 마련한 어린이 물놀이 시설 사진제공|국민첸육진흥공단
●30년간 공공재정에 큰 기여
지난 30년간 한국 경륜이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불모지에서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정착을 했고, 건전한 여가문화 조성과 지방재정 확충 등 사업 취지도 잘 지키고 있다.
현재 경륜이 레저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공공재정에 이바지한 금액은 지난해까지 누적 6조 8204억에 달한다. 수익금 중에서 일부 경비를 제외한 전액을 체육진흥기금, 청소년육성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지방재정지원 등에 투입해 지난해까지 1조 7170억에 달하는 금액을 사회에 환원했다.
2023년 스피돔 챌린지 페스트의 동호인 트랙자전거 대회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는 이제 경륜 사업의 새로운 30년을 맞을 준비 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1일 광명스피돔에서 경륜 개장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경륜 30주년,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