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6p 내린 2464로 마감
-환율 한때 15년8개월만에 최고
-정부 24시간 경제금융 TF 운영
-대기업선 재무리스크 점검 분주
-토론회 등 재계행사 줄줄이 취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로,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이번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자본 유출이 가속화하고 실물 경제가 얼어붙는 등 한국 경제가 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8분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타계) 이후 45년 만이자,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처음이다. 하지만 4일 오전 1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약 6시간여 만인 4일 오전 4시30분 국회 요구에 따라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비상계엄 후폭풍 금융시장 덮쳐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로,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전일 대비 하락한 코스피와 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4일 오후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시스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로,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전일 대비 하락한 코스피와 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4일 오후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시스



먼저 환율 시장이 요동쳤다. 4일 새벽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원화 환율 폭락으로 한때 금융위기 수준인 1446.5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5일 기록한 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하지만 계엄 해제에 빠르게 식으며 이날 오후 종가는 전 거래일(1402.9원)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500.10)보다 36.10p(1.44%) 내린 2464.0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4088억 원을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3380억 원, 190억 원을 순매수하며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690.80)보다 13.65p(1.98%) 하락한 677.15에 거래를 종료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도에 나서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이 150억 원, 개인이 3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171억 원을 순매수했다.

가상자산도 크게 출렁였다. 비트코인의 경우, 3일 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억3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다, 비상계엄 여파로 30% 폭락하며 한때 8800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일 비상계엄 해체 이후 급반등해 다시 전날 수준을 회복했다. 또 접속자 폭주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사이트와 앱이 일시적으로마비되는 문제도발생했다.

●대외신인도 타격이 문제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는 4일 오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시장 안정에 나섰다.

금융·외환시장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어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범정부 합동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한다.

최 부총리는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관계기관과 함께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대응에도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세를 찾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혼란이 향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대외신인도 타격이 문제로 꼽힌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심야 계엄 선포 자체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본 유출이 확대되면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박하게 움직인 재계

재계도 큰 충격을 받은 듯 긴박하게 움직였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미국 정부를 앞두고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정치마저 혼란을 가중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자, 내부적으로 재무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재계 주요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국회에서 예정된 대한상의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 토론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GM 한국사업장 인천 부평공장 방문 등이 취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1월 트럼프 리스트까지 더해지면서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해제해 신인도가 악화할 것이 우려된다”며 “이에 주요 기업들은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성이 기업 환경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면서 환율 급등, 투자 환경 변화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