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유기견 입양률 상승… ‘밀루’처럼 행복한 새 삶 찾아

●‘밀루’의 특별한 가족 찾기… 시흥시 동물 누리 보호 센터의 기적

밀루와 밀루 보호자 박주희씨(40세). 사진제공｜시흥시청

제법 큰 몸집과 덥수룩한 털, 언뜻 보면 우리나라 토종견인 삽살개와 같은 모습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더 특별하다. 아직 1살인 개구쟁이 밀루는 사실 태어나자마자 주인을 찾지 못한 유기견이었다.

박주희 씨(40세)가 밀루를 만난 곳은 시흥시 동물 누리 보호 센터이다. 시흥시가 운영하는 직영 유기동물 보호소로, 유기동물의 구조부터 보호, 치료, 입양에 이르기까지 전반을 관할하며, 관내 발생 유기·유실동물 100여 마리를 수용한다. 

박주희 씨는 밀루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믹스견, 특히 어린 강아지들은 성견 크기를 예상하기 어려워 입양 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밀루의 특별함이 그녀를 시흥시까지 걸음 하게 한 이유였다.

시흥시동물누리보호센터가 매년 진행하는 유기동물 입양의날 행사. 사진제공｜시흥시청

2022년 운영을 시작한 이 센터는 전체 면적 4,156㎡ 내에 동물 보호 공간, 동물 병원, 입양 상담실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총 832마리의 유기견이 이곳에서 가족을 만났다. 입양률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에는 29%였던 입양률이 2023년에는 34%, 2024년에는 49%로 늘어났다.

밀루는 2023년 1월,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이 보이는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발견됐다. 아직 엄마의 온기가 필요한 2개월령이었고, 동배 다섯 마리도 함께였다. 포동 222번지에서 구조된 여섯 남매는 발견된 지역 이름을 따 포동, 포유, 포돌, 포도, 포피, 포천으로 명명됐다. 밀루는 틴틴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강아지와 닮아 밀루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시흥 동물 누리 보호 센터에서는 입양 희망자가 예약 후 센터를 찾아 면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입양 희망자의 가정환경과 양육 경험, 특성 등을 고려해 파양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입양을 결정하면 백신 접종, 전염병 키트 검사, 중성화 수술 및 내장형 동물등록 등이 지원된다. 입양자는 6개월 이내 진료비, 미용비, 건강검진비 등 최대 15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흥시 동물 누리 보호 센터의 특징 중 하나는 입양자 간 교류하며 반려동물 입양 문화의 선순환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입양자들은 센터 카페에 반려동물의 입양 후기를 작성하고, 때로는 입양 홍보대사가 되어 활동한다. 게다가 이들 간의 커뮤니티도 상당히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밀루와 형제인 나무, 테리. 회색털이 섞인 아이가 테리. 사진제공｜시흥시청

밀루는 총 여섯 형제인데, 모두 잘 입양이 됐다. 밀루와 가까이 거주하는 두 형제와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함께 첫 생일을 보냈다. 같은 날 태어나 같은 날 구조된 형제들은 이제 함께 매년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갈 수 있는 가족이 됐다.

밀루를 입양하기 전, 훈련소에 가서 보호자 교육을 받을 정도로 의지가 강했던 박주희 씨는 강아지를 키우며 겪는 문제들은 ‘유기견’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커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보상을 주며 기다려 준 결과, 밀루는 의젓하게 성장했다. 밀루와 함께한 1년 동안, 박주희 씨는 밀루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고 있다.

박주희 씨는 “만남은 힘이 있으며, 밀루가 자신에게 더 큰 가족과 세상을 선사한 이 경험을 꼭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며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센터를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시흥｜장관섭 기자 localcb@donga.com


장관섭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