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여보,투정부려서미안해”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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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는 남들이 일어나 출근을 준비할 시간인 오전 6시 15분에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아침 준비를 하고, 애들을 깨워서 학교에 보냅니다. 사실 이렇게 생활한지도 5개월이 되었는데, 바로 우편물을 분리하는 야간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아내가 야간 일을 한다고 했을 때에는 “사람이 밤에는 잠을 자야지 어떻게 안 자고 일을 하냐?”고 말렸지만, 오뚝이 같은 제 아내는 “잘 할 수 있다”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저는 아내를 믿고 야간일 하는 것을 허락해주었습니다. 저는 밤잠을 못 자고 얼마나 견딜까 싶었습니다. 처음에 적응한다고 피곤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사람이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을 가진 아내는 ‘불가능이란 없다, 최선을 다해보고 아닐 땐 포기한다’가 좌우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 집에 어려움이 닥칠 때면 항상 저를 위로해주면서 하는 말이 “우리 가족이 안 다쳐서 다행이야. 돈만 많으면 뭐해? 아파서 누워 있으면 그게 더 속상한거지. 돈 나가는 거야 다시 벌면 되는 거고…”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해주는 아내가 항상 고마웠습니다. 주위에서도 현모양처라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괜히 피곤했던 저는 아내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당신은 밖에서는 잘하면서 나한테는 왜 관심이 없어? 그게 무슨 현모양처야!”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습니다. 아내는 “내가 가족들한테 잘못한 게 뭐야, 말해봐!”라며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내는 야간 일을 하니까 낮에 잠을 자야 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전 또 제 생각만 하고 말았습니다. 낮에 전화도 없고, 저한테 소홀한 것 같아 서운했던 마음이 몸이 피곤하다고 저도 모르게 입으로 뱉어버렸습니다. 사실 아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할말이 없어 딸애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딸과 함께 제과점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과 수박을 사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못 이기는 척 받아주었습니다. ‘이길 사람에게 덤벼야지, 이기지도 못하면서 왜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잔뜩 몰려왔습니다. 아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여보, 당신 고생한 거 내가 왜 몰라! 내가 괜히 가끔씩 투정부리는 건 나보다 애들한테 관심을 더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샘이 나서 그런가봐. 정말 미안해!” 대전 동구|윤용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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