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울남편누가좀말려줘요

입력 2008-07-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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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이유는 남편 때문입니다. 남편이 지금까지 수년 동안 잘 먹어온 고혈압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우리 집에는 한차례 분란이 일었습니다. 남편이 고혈압 약을 끊은 이유는 새벽운동을 함께 하는 회원 때문입니다. 그 분은 당뇨로 고생을 하셨는데 배드민턴 운동을 꾸준히 하다보니까 당 수치도 내려가고 건강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합니다. 자기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문제가 없다고 고혈압 약을 안 먹겠다는 거였습니다. “당신 정말 어쩌려고 그래! 그 분은 당뇨고, 당신은 고혈압이야! 병명이 다르다구. 괜히 당신 혼자 자가진단하지 말고 약 먹어. 응?” 이러면서 물컵과 혈압 약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약을 밀치며, “이 사람아, 걱정하지 마. 운동하면 곧 괜찮아 질 거란 말이야. 날 믿고 조금만 기다려 봐” 이러면서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48세인 우리 남편! 너무 걱정이 돼서 시누이한테 남편을 좀 설득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시댁 식구들의 유전인지, 시누이 역시 혈압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저는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설득을 했지만, 왜 그러는지 이번만큼은 남편 역시 물러서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느새 석 달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 제가 걱정을 늘어놓으니까 남편은 직장에 비치된 혈압계로 혈압을 재니까 150 이하라면서 그렇게 높지 않으니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을 수가 없다면서 동네 약국에 가서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120에 80정도여야 정상혈압수치인데, 남편의 혈압은 170에 114로 나타나는 게 아닙니까? 약사 역시 “혈압이 많이 높네요! 혈압약은 드시고 계시는 거죠?”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너무너무 화가 나서 돌아오는 길 내내 남편을 쪼아댔습니다. “여보! 혈압은 순간적으로 터진다는데, 막말로 당신이 뇌졸중이라도 돼서 안방에 누워버리면, 난 어떡해? 누굴 힘들게 하려고 이래! 모아 놓은 돈도 없는데 수발까지 들게 할 거야? 이제 우리 애들 고등학생, 중학생인데, 당신이 쓰러지면 난 어떡해!” 그러자 우리 남편 한다는 말 “여보! 내가 만약에 말이야. 불구라도 되면, 당신하고 애들 고생 안 시키고 난 아마 혀 꽉 깨물고 죽을 거야. 돈도 없는데 내가 당신한테 내 병수발까지 시키겠어? 여보. 나 고혈압 약 먹으면서, 오전 내내 소변이 자주 마려워서 화장실도 너무 자주 가고 아무래도 기력도 없고 몸이 좀 그래. 그래서 그러는 거니까 날 좀 믿고 기다려 줘. 내가 말이야 2008년 12월 31일까지 계속 운동을 해보고 그래도 혈압이 안 떨어지면 그때는 다시 약을 먹을게 약속할게.” 아휴∼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는데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모두 올해 12월 31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애들 역시 인터넷에서 고혈압에 대한 기사를 보면 아빠한테 얼른 프린트를 해줍니다. 저 역시 고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음식으로 반찬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남편은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약을 갑자기 끊으면서 우리 가족에게 불안은 내재돼 있습니다.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합심해서 남편의 건강을 챙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12월 31일이여! 빨리 와라∼∼∼∼ 저만큼 올해 연말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충청 보령|이은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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