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 휴…… 이건 뭐, 폭격 맞은 동네 같네.
완전 폐허야.
새라 : 이틀 동안 거의 하늘에 구멍 뚫린 것처럼 폭우가 퍼부어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인명 피해도 장난이 아니던데.
닉 : 그런데 새라,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
새라 : 뭐가?
닉 : 이 마을 주민의 남녀 성비는 엇비슷한데, 인명피해 조사결과를 보면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체 사망자 중에서 남자가 3분의 2를 넘거든.
새라: 그래?
닉 : 그렇다고.
특히나 바깥에서 급류에 휩쓸려가거나 한 사망자들은 대부분 남자였다고.
새라 : 아무래도 남자들이 바깥 활동을 많이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반장 :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남자들의 무모함도 한몫하고 있지.
닉 : 무모함이라……
위험을 별 거 아니라고 무시한단 말이죠?
반장 : 그래.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에서 1994년부터 7년 동안 홍수로 사망한 사람들을 조사해보니까 1,442명 중에서 70%가 남자였어.
그 이유에 대해서 학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점은 침수된 도로나 물이 불어나서 물살이 세진 개천을 건너는 위험성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남자들의 무모함이라는 거야.
새라 : 그래요.
남자들은 가끔 무모함과 용기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니까요.
도대체 물하고 싸워 이겨서 뭐 하게요?
반장 : 맞아. 사망자 중에서는 운전을 하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들이 많은 걸로 나타났어.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했을 때 ‘이 정도는 내가 헤쳐 나갈 수 있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원인이 아니겠나?
닉 : 결국 위험할 때에는 여자들 말을 듣는 편이 안전하겠네요.
반장 : 남자들도 조금만 더 무모함을 줄이고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저쪽 지하실을 조사해봐야 할 것 같은데…….
새라 : 안 될 것 같은데요.
물에 잠겨 있어서 들어가기 어렵겠어요.
닉 : 무슨 소리야, 기껏 해봐야 무릎 정도까지밖에 안 돼 보이는데.
내가 갔다 올게.
아무튼 반장님이나 새라나 겁쟁이……
허억!
반장 : 니, 닉!
닉 : 어푸! 갑자기 아래가 확 꺼지네……
살려줘요! 반장님! 새라!
새라: 반장님, 무모함의 희생자가 한 명 더 늘 것 같은데요…….
수사결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에서 남성들의 사망비율이 높은 이유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자신의 힘으로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나쳐서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