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은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 콧대가 하늘을 찌릅니다. 얼마 전 킹카와 소개팅이 있다며, 새 옷을 꺼내더니, 급기야 새 구두까지 방안으로 가져와 코디를 해봅니다. “언니! 언니! 내일 소개팅은 진짜 킹카래. 어때? 어느 옷이 더 어울려?” 하면서 잠을 자려고 누운 저를 불러놓고 패션쇼를 했습니다. 머리는 세팅기로 말면서 가르마를 오른쪽으로 넘길까, 왼쪽으로 넘길까 고민하고, 입술은 빨간색으로 발라보기도 하고 완전 꼴불견이었습니다. 당연히 아침도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습니다. “언니∼ 하얀 블라우스 그것 좀 다려 줘. 그리고 신발은 새로 산 거니까 스티커 좀 떼어 줘. 언니 빨리 해∼ 나 오늘 킹카 만나는 거 알잖아” 하면서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어댔습니다. 아침밥도 제가 차려준 된장찌개 대신 우아한 커피와 토스트로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 내가 참는다. 넌 직장인이라 바쁘고, 난 집에 있는 백수니까, 그래 참는다 참아’라고 생각하며 속을 끓였습니다. 전 올해 서른넷입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쳤는데, 학원 형편이 어려워서 이제는 과학수업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거의 3∼4년을 다녀온 직장인데, 전 다른 학원 구할 시간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 한마디로 해직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백수로 지낸 게 벌써 5개월째입니다. 나이도 많고 과목도 과학이라 다시 학원 잡는 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안 청소며, 설거지며, 빨래 등 집안 일 대부분을 하고 있습니다. 동생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절 부려먹기만 합니다. 그 날 아침도, 동생이 안 먹고 남겨놓은 아침밥으로 대충 요기하고 동생 방으로 갔습니다. 이것저것 널어놓은 옷이 열 벌도 넘고, 신발장엔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습니다. 그 중엔 제 구두도 있었는데, 바깥세상 못 본 신발들을 보니 기운이 빠졌습니다. ‘지긋지긋한 백수탈출 빨리 해야지’ 생각도 저절로 들었습니다. 회사 다니고 데이트하는 동생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킹카와 소개팅이 있다며 즐겁게 나간 동생은 그날 밤 12시가 다 돼 들어왔습니다, 제게 전화해서 “언니∼ 나 택시비 없어. 빨리 돈 들고 집 앞으로 나와”라며 전화 한 통 해 놓고, 미안하다 고맙다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킹카라고 기대한 사람이 완전히 핵폭탄이었다며 자기 하소연을 해댔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신상구두에 먼지만 앉았다고 밤새도록 투덜거렸습니다. 제 동생, 이런 식으로 절 빨리 백수탈출 하라고 자극하는 걸까요? 아무생각 없이 저를 부려먹으려는 동생 때문에 얼른 백수탈출 해야지 오늘도 다짐해 봅니다. 부산 개금|김경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