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폭력배가 빼앗아 간 ‘수와진’ 형제의 꿈

입력 2011-0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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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월1일 서울 한강 고수부지에서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고로 아픔의 시간을 겪은 후 꾸준한 거리 공연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남성 듀오 수와진. 스포츠동아DB

1989년 1월 초, 한창 인기를 누리던 형제 듀오 수와진의 동생 안상진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 가요계 안팎에 전해졌다. 당시 안상진은 두개골이 골절되는 등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수년 동안 고통스러운 치유 과정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안상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해 오늘 새벽, 안상진이 서울 한강 고수부지를 산책하다 4∼5명의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시간, 날아오는 각목 등 흉기와 주먹을 막아낼 힘도 시간도 없었던 안상진은 결국 쓰러졌다. 안상진은 지갑 속에 들어있던 현금과 시계 등을 빼앗겼고 경찰은 강도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후 그는 병원으로 실려가 머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안상진은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머리를 다친 탓에 그는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심리적 고통에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사고는 결국 1년 뒤 연예계와 연예인들이 일하는 야간업소 주변 폭력배들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당시 검찰은 이들 폭력배 20여명을 적발, 구속하는 등 집중적인 수사를 벌였다. 안상진 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이 폭력과 협박에 시달렸던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안상진은 오랜 시간 일어서지 못했다. 형 안상수가 솔로로 나서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형제의 아픔은 더욱 큰 것이었다. 안상진은 훗날 TV에 출연해 고통과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마저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상수와 안상진의 수와진은 이런 아픔을 겪기까지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던 선행 연예인의 대명사였다. ‘새벽아침’과 ‘파초’ 등 숱한 히트곡을 내놓으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수와진. 그 인기와 대중으로부터 받는 사랑만큼 세상을 위해 나섰던 이들이다.

그 착하고 여린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 폭력의 고통. 이들은 여전히 폭력없는 세상을 꿈꾸며 무대 위에 서고 있다. 새해, 두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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