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로 간 지상파 개그맨들 “왜 우리가 배신자?”

입력 2011-09-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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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려·이수근 지상파 불이익 토로

“왜 개그맨만 한 방송사에 출연해야 하나요?”

가수, 연기자는 다 되는데, 유독 방송사 공채 개그맨들만 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타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 출연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위성·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기자간담회. 요즘 유행하는 경연 방식을 코미디에 도입해 ‘개그 배틀’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에는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1개 팀의 개그맨들이 나선다.

그런데 이들 중 공채 출신들은 ‘코미디 빅리그’에 나오기까지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 타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방송가 불문율 때문이다. 이번에 각각 ‘아메리카노’와 ‘꽃등심’이라는 팀명으로 참가하는 MBC 공채 출신인 김미려, 전환규, 이국주는 기자간담회에서 “MBC를 등지고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미려는 “꽃등심 팀과 함께 MBC에서 제명됐다. (제명 돼도) 상관없다. 정말 열심히 개그해서 코미디가 잘나가야 하는 이유를 알리겠다”며 힘든 속내를 토로했다.


● 타사 개그 프로 나가면 괘씸죄

연예인이 자신을 뽑은 방송사에만 출연하는 전속제는 한때 방송가의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민방 SBS가 개국하고 케이블TV가 새로 생기면서 이러한 ‘전속 연예인’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유독 아직까지도 공채 출신의 타사 나들이에 눈총을 주거나 제약을 하는 분야가 바로 개그맨이다. 실제로 2008년 KBS에서 MBC ‘개그야’로 옮긴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은 당시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진행을 맡은 이수근은 “가수와 연기자들은 방송사를 오가며 자유롭게 노래하고 연기하는데 왜 개그맨만 한 방송사에서 웃겨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현장의 제작진도 이런 고민에 공감했다.

한 방송사 예능 PD는 “이름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사실 적지 않은 개그맨들이 타사 출연으로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 개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류와 정보 공유 역시 중요한데 지나친 배타심은 오히려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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