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터플로우, 라디오스타 꿈꾸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입력 2015-11-08 18:0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소라 선배를 정말 좋아해요. 곡을 직접 쓰는 가수는 아니지만 ‘어떻게 살아야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걸까’ 동기부여를 해 주는 뮤지션이에요. 모든 곡을 마치 자작곡처럼 소화하니까요. 언젠가 이소라 선배가 제 노래를 부를 날이 오겠죠? 듀엣곡도 함께 부르고 싶어요. 그날은 아마 제 인생 최고의 기념일이 될 것 같아요.”

‘남자 이소라’를 꿈꾸는 레터플로우의 음악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꿈도 희망도 없던 그에게 음악은 쉼과 위로로 다가왔다. 과거 축구선수와 게임중독에 빠졌던 경험은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중학교 때 축구부에서 수비수를 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다리와 허리디스크로 축구를 포기하게 됐죠. 그 이후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 우연히 음악학원에 등록했어요. 근데 하라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게임중독에 빠졌어요. 학원은 얼굴 도장만 찍고 10대 후반까지 그렇게 지냈어요.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입시를 준비했죠.”

서울예술종합학교 실용음악학과에 입학한 그는 알앤비 가수를 꿈꿨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 음역대와 알앤비 장르가 잘 맞지 않는 것이 큰 이유였다.

“22살 때까지는 알앤비를 하고 있었는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우연찮게 인디장르를 접하게 됐죠. 자기만의 음악적 색깔을 내는 가수들을 보면서 ‘나도 스스로 작곡을 해서 나만의 노래를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달마다 앨범을 내려는 계획으로 여러 소속사에 음반을 보냈는데 운 좋게 보내자마자 연락이 왔어요.”


운에는 실력도 함께 필요한 법이다. 안효성이 보낸 데모CD는 2014년 ‘레터플로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안효성이라는 본명을 쓰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안 예쁘다고 해서 ‘레터플로우’를 쓰게 됐어요. (웃음) 여러 후보들이 있었지만 싱글 데뷔 전날에서야 정해졌어요. 노랫말을 편지처럼 하고 싶은 말과 마음을 전해준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래퍼 이름 같기도 한데 한 번 들으면 안 까먹는 것 같아요. 독특한 만큼 의미 있는 이름 같아요.”

레터플로우가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그 첫 번째 이야기 ‘누군가의 하루 Part1’ 역시 독특하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속 느낄 수 있는 고독, 담담, 이별, 설렘, 그리움, 사랑 등 7개의 감정을 테마를 각각의 트랙에 담았다.

“처음에는 ‘담담’이라는 주제만으로 10곡을 제작하려했어요. 그러기에는 아직 인생경험이 짧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와 똑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들의 하루를 담기로 정했어요. 하루 동안 겪는 감정이 참 다양하잖아요. 아무래도 20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꿈, 미래, 이성이니까요. 제가 경험한 내용들을 테마에 맞게 정리해 앨범으로 만들었어요.”

전곡 제작에 참여한 레터플로우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은 오히려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사실 작년에 이별을 했어요. 1집을 준비할 때 그러한 점들이 적잖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올해는 집, 학교, 작업실만 다녀서 감정을 느낄만한 게 없었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1집보다는 좋아야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슬픈 영화를 봐도 좋은 노래도 들어도 감흥이 없었어요. 그래서 앨범 준비가 힘들었죠. 다행히도 앨범 막바지 작업쯤에 생각들이 정리가 돼서 잘 마무리했어요.”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누군가의 하루 Part1’에 이어 Part2도 준비 중이다. 레터플로우 자신의 20대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직 진행 중인 앨범이죠. Part2가 나와야 누군가의 하루가 완성되니까요.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굉장히 욕심을 내고 있어요. 나중에 Part2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안효성의 20대가 전부 묻어있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녹여낸다는 점에서 ‘더 잘 만들어야지’라는 애착이 강해요. 내년 봄 발매를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마도 제 자신과의 가장 큰 전투가 되겠죠.” (웃음)

그는 오는 21일 서울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레터플로우는 라디오DJ을 맡아 팬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가 공연에서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답답해하는 분도 있어요. 주로 땅만 보고 이야기해서 정수리만 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웃음)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어릴 적에 막연하게 라디오 DJ를 하고 싶었어요. 팬들의 사연을 전하면서 그에 걸맞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제 노래뿐만 아니라 사연에 맞는 커버곡도 부를 예정이죠.”


레터플로우는 특히 TV보다는 라디오스타가 되길 희망했다. 인디가수로서 스타성보다는 먼저 음악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인디가수의 의미가 사실 많이 변질된 것 같아요. 영화 ‘비긴어게인’을 좋아하는데 ‘저게 바로 인디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디음악이란 작고 조용한 음악이 아닌 자체제작을 의미하거든요. 사실 TV에 별로 출연할 생각이 없어요. 사람들이 제 얼굴 대신 음악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스타성보다는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그는 김동률, 유희열, 이적의 뒤를 잇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가수 인순이처럼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대에 못 미칠까봐 고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정말 가수가 됐구나 싶어요. 살아가면서 한 번씩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고 기억될 수 있는 뮤지션이 꿈이에요. 이름을 들었을 때 ‘그 사람 음악은 이런 거야’라고 떠올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쇼파르뮤직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