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 사진=세븐시즌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에서는 특기란을 ‘댄스’로 적는 댄스 전문 멤버들이 꼭 한명씩은 있기 마련. 하지만 막상 무대 위 퍼포먼스는 군무가 주가 되는 만큼 이런 댄스 전문 멤버가 주목을 받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볼 때 Mnet ‘힛더스테이지’는 이런 댄스 전문 멤버들에게는 광명을 비춰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들의 매력과 특기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힛더스테이지’에 출연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들의 매력과 능력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힛더스테이지’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출연자를 꼽으라면 단연 블락비의 유권이 첫손에 꼽힐 만하다.
물론 누가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들이 모인 ‘힛더스테이지’인 만큼 유권이 여타 출연자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인 빼어난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거나 우승을 싹쓸이 한 것은 아니다.
유권이 돋보인 이유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키고, ‘유권’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특별한 무대를 탄생 시켰다는 것에 있다.
실제 유권이 ‘힛더스테이지’에서 처음 선보인 조커 퍼포먼스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유권은 “처음에는 미니언이 악당을 숭배하는 캐릭터들이라, 여기서 착안해 아예 귀여운 콘셉트로 가보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첫 화니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걸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또 다들 너무 멋진 무대를 준비해서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무대를 준비하려 했다. 물론 1등을 하면 좋겠지만 이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도 생각나는 무대를 하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고 생각대로 한 거 같다. 유권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적인 무대가 나온 거다”라고 스스로도 흐뭇해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힛더스테이지’의 첫 회에서 인피니트의 호야도 유권과 같은 조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는 것으로, 유권은 영화 ‘수어사이드스쿼드’ 속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 분장을, 호야는 영화 ‘다크나이트’ 속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이에 유권은 “사실 조커의 캐릭터는 나도 ‘다크나이트’에서 많이 따왔다. 조커가 감옥에 갇혀있거나 한 모습은 ‘다크나이트’에서 가져온 거다. 그런데 히스 레저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내가 거기에 비교가 되지 못할 거 같았다. 때마침 ‘수어사이드스쿼드’가 개봉은 안했지만 이미지가 나온 상태였고, 그래서 이 캐릭터는 아직 내 맘대로 해도 되겠다 싶어서 선택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방송에서는 모른 척 했지만 사전에 정보를 들어서, 이미지를 안 겹치게 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또 호야 선배님은 춤을 잘 추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나. 다른 퍼포먼스가 안 나오면 묻힐 거라 생각했다”라고 호야와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다.
유권이 말한 ‘다른 스타일’은 ‘스토리’다. ‘힛더스테이지’의 모든 출연자를 통틀어 유권은 가장 스토리 라인이 뚜렷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유권의 고유한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유권은 ‘퍼포먼스를 구상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바로 “스토리”라는 답을 내놓았다.
유권은 “아무래도 다 잘 추는 사람들이라 스토리적인 면이 없다면, 사람들을 시선을 끌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어릴 때 댄스 대회를 둘 나갔는데, 처음은 안양시 대회였다. 거기서는 춤만 추고 1위를 했다. 그다음 도 대회를 나갔다. 그런데 거기는 심사 기준이 다르더라. 퍼포먼스나 스토리가 있더라. 그런 경험을 중점으로 준비를 한 거 같다”라고 자신의 무대의 특성을 밝혔다.
이런 면에서 처음 조커 퍼포먼스는 스스로 만족할만한 무대였지만 오마이걸의 유아와 함께한 강아지와 고양이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유권은 “강아지와 고양이는 상의를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댄서들이 지코의 일본 공연 때문에 일본에 가서 시간이 부족했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다. 여태 무대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털어놓았다.
여담으로, 강아지와 고양이 무대는 유권은 아쉬움이 남지만, 블락비에게는 -특히 태일에게는- 즐거움이 가득한 무대이기도 했다.
비하인드 영상에서 유난히 즐거워하는 블락비 멤버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유권은 “신인 걸그룹을 다들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은 다들 어려서 10대가 많다. 우리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다 보니 삼촌의 마음으로 본다”라며 웃었다.
이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유권이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 한다.
유권은 “그전 무대들이 보는 재미는 있는데, 막상 춤을 많이 안 춘다는 말이 있더라. 난 많이 췄는데...”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서 유권은 세 번째 무대인 ‘크레이지’에서는 스토리적인 비중을 덜어내고 춤에 더 힘을 준 무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힛더스테이지’ 첫 우승이었다.
유권은 “뉴욕 할렘가를 배경으로, 거기서 춤에 미쳐서 노는 그런 파티를 생각했다. 남녀노소, 국적과 상관없이 노는 그런 파티였다. 리에 하타 크루에서 5명을 섭외했고, 비비트리핀과 같이 준비를 했다”라고 무대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어 “사실 마지막 순서를 원했는데, 6번째를 했다. 뒤에 분들의 콘셉트나 퍼포먼스가 강해서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좋게 봐주고 1위를 만들어줘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도 보내준 만큼 더 좋은 퍼포먼스로 보답을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 무대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권, 사진=세븐시즌스
‘힛더스테이지’의 우승도 우승이지만, 이번 무대는 유권 스스로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준 무대이기도 하다.
일단 리에 하타와의 협업이 그렇다.
유권은 “사실 노래는 관련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다. 아이돌 보컬이 주목 받는 건 최근 일이라고 하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래도 많았다. 춤은 콘서트 아니면 보여주기가 어렵다. 다행히 ‘힛더스테이지’가 나와서 좋긴 한데, 그전에는 아쉽기도 했다. 이제 데뷔 5년차를 넘어가는데 내가 노래를 끝내주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뭘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노래를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뮤지컬할 때도 도움이 되고, 실력을 늘려놓으면 언제고 데뷔를 할 수 있을 거다 하는 결론이었다. 그때는 춤을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은 없었다”라고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춤에 대한 열정이 식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힛더스테이지’와 리에 하타와의 만남은 유권의 식어버린 가슴을 다시 불타게 만들었다.
유권은 “리에 하타 이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에 만나기 전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눈앞에서 보니까 똑같은 동작을 하는데 뭔가 느낌이 다르더라. 그러면서 춤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일본에만 와도 이러는데, 미국에, 세계에 가면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나중에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유명한 댄서들의 워크샵도 들어보고 싶고, 많이 접해보고 싶다”라며 춤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댄서로서 자신을 대표하는 무대도 생겼고, 춤에 대한 열정과 의지도 되살아났다. 이쯤 되면 블락비 유권이 아닌 댄서 유권으로서의 인기와 인지도도 많이 상승 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유권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유권은 “조커 분장이 강해서 그런지, 혼자 다니면 잘 못 알아본다. 그래서 체감은 잘 못하고 있다. 그냥 (조커)분장을 하고 다닐까 생각도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 개인 인터뷰도 이번이 두 번째다. 게다가 처음은 뮤지컬로 한 거였다.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신기하다. 이런 걸로 살짝 체감하고 있다”라고 소소한 것에서 자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가장 흐뭇한 점은 역시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유권이 우승을 한 ‘힛더스테이지’의 크레이지 무대는 때마침 추석 연휴기간에 방송이 돼 유권과 그의 가족들에게 더욱 뿌듯함을 안겼다.
유권은 “올해 추석에는 ‘힛더스테이지’ 준비 때문에 집에 가지는 못할 거 같다. 그래도 추석에 갔는데 TV에 아무데도 안 나오면 오히려 가족들 보기 그럴 거 같다. 가족들은 자랑스러워하니까”라며 웃었다.
이어 “가족들 다들 바쁘고 많이 못 찾아 가지만, 자랑스러워 해주는 거 알고 있고, 항상 고맙다. 알고 있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사랑하고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 안부도 잘 못 묻고 그러는데, 다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추석을 맞아 가족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②에서 계속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