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천우희 “연기 인생 ‘우상’ 전후로 나뉘어, 언제 눈썹까지 밀어보겠나”
영화 ‘우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최련화였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수틀리면 피라미드 꼭대기를 도려내는 성질머리가 인상적이었고, 그런 최련화에게서 공포심과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이로써 배우 천우희는 ‘써니’(2011), ‘한공주’(2014), ‘곡성’(2016)에 이어 ‘우상’ 련화까지 문제적 캐릭터를 소화하며 쉽게 휘발되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
천우희는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센 캐릭터를 했을 때 다 잘 됐는데, 그 모습을 원하는 것일까”라며 “결국엔 내가 공감해서 연기를 해야 하더라”라고 말했다.
센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주변에선 후유증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스스로 경계한다. 일상에까지 끌고 오면 힘들고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카메라 앞, 현장에서 그 순간의 진심,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배우로서의 삶만큼이나 개인의 삶도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동요하지 않는 편인데 ‘우상’에선 나도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돼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저 나름대로는 ‘우상’을 통해 바닥끝까지 떨어져보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제 한계와 마주한 작품이라서 의미가 있죠. 다 무너지고 다시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기분이에요. ‘우상’ 전후로 배우 인생을 나눌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연기적으로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였는데 ‘우상’을 촬영하면서는 저를 다듬을 줄 아는 법을 배웠죠.”
영화는 천우희에게 우상의 존재를 생각하게 했다. 그는 “나는 우상도 없고 종교도 없는 사람이다. 촬영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연기가 나의 우상이더라”며 “한계를 맛봐도 무너지진 않더라. 연기 때문에 상처도 받고 위로도 받는다”고 직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완벽한 연기란 것은 없잖아요. 그런데 이상에 도달하려고, 불가능하지만 맹목적으로 완성해보려고 하는 게 저한테는 연기더라고요.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진실이고 진심이거든요. ‘왜 이렇게까지 만들어내야하지’ 싶을 때가 있어요. 실제로 ‘우상’을 촬영할 때도 등에 칼이 꽂히는 장면에서 ‘아 진짜 칼이 꽂혀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거든요.”
련화라는 문제적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공주’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수진 감독이 있었다. 천우희에 따르면 ‘한공주’와 결이 달라서 궁금했고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련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교포라는 캐릭터 특성상 실감나는 사투리를 배워야했고, 짧은 앞머리, 민눈썹으로 화면에 등장해야했다.
“단서가 많지 않은 캐릭터예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련화가 표현되거든요. ‘이 친구는 왜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까’ 등을 상상해야했어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없는 캐릭터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고, 관객들에게도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이길 바랐어요. 눈썹은... 현장에서 웃음이 빵빵 터졌었어요. 눈썹을 밀기 전에는 정말 걱정을 했었거든요. 물론 눈썹이 다시 자란다고는하지만 안 자라는 사람도 있잖아요. 의외로 재미있는 변신이었어요. 물론 촬영이 없는 동안에도 칩거해야했지만요. 눈썹을 또 언제 다 밀어보겠어요. 다행히 한 달반 정도 지나니까 눈썹이 원래대로 돌아왔죠. 기분 탓인지 이전보다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가 달리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천우희는 한석규, 설경구와 호흡을 하며 그들의 ‘평정심’에 놀랐다. 그러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로 ‘한석규와 낚시하기’를 언급했다.
“인간적으로 굉장히 따뜻하고, 선후배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셨어요. 저도 편안해지죠. 현장에서 당혹감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선배님들은 역시 잘 해내시더라고요. 내공이 어마어마하십니다. 멋있었어요. 제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취미 찾기 프로젝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거든요. 한석규 선배님이 낚시를 취미로 하시는데, ‘우상’ 관련해서는 한석규와 낚시를 함께 하러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작품을 준비하시느라 어렵겠더라고요. 시간이 맞으면 꼭(낚시를 함께) 하고 싶어요.”
천우희는 “‘우상’ 첫 시사를 베를린에서 했다.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시나리오대로 구현이 잘 됐어요.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제가 출연하는 영화는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거든요. 부족한 부분만 더 크게 와 닿으니까요. ‘우상’은 달랐어요. 전체 흐름을 따라가면서 몰입했죠. 영화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결말에 와 있을 거예요. 생각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하면 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영화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3월 20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영화 ‘우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최련화였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수틀리면 피라미드 꼭대기를 도려내는 성질머리가 인상적이었고, 그런 최련화에게서 공포심과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이로써 배우 천우희는 ‘써니’(2011), ‘한공주’(2014), ‘곡성’(2016)에 이어 ‘우상’ 련화까지 문제적 캐릭터를 소화하며 쉽게 휘발되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
천우희는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센 캐릭터를 했을 때 다 잘 됐는데, 그 모습을 원하는 것일까”라며 “결국엔 내가 공감해서 연기를 해야 하더라”라고 말했다.
센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주변에선 후유증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스스로 경계한다. 일상에까지 끌고 오면 힘들고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카메라 앞, 현장에서 그 순간의 진심,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배우로서의 삶만큼이나 개인의 삶도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동요하지 않는 편인데 ‘우상’에선 나도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돼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저 나름대로는 ‘우상’을 통해 바닥끝까지 떨어져보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제 한계와 마주한 작품이라서 의미가 있죠. 다 무너지고 다시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기분이에요. ‘우상’ 전후로 배우 인생을 나눌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연기적으로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였는데 ‘우상’을 촬영하면서는 저를 다듬을 줄 아는 법을 배웠죠.”
영화는 천우희에게 우상의 존재를 생각하게 했다. 그는 “나는 우상도 없고 종교도 없는 사람이다. 촬영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연기가 나의 우상이더라”며 “한계를 맛봐도 무너지진 않더라. 연기 때문에 상처도 받고 위로도 받는다”고 직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완벽한 연기란 것은 없잖아요. 그런데 이상에 도달하려고, 불가능하지만 맹목적으로 완성해보려고 하는 게 저한테는 연기더라고요.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진실이고 진심이거든요. ‘왜 이렇게까지 만들어내야하지’ 싶을 때가 있어요. 실제로 ‘우상’을 촬영할 때도 등에 칼이 꽂히는 장면에서 ‘아 진짜 칼이 꽂혀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거든요.”
련화라는 문제적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공주’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수진 감독이 있었다. 천우희에 따르면 ‘한공주’와 결이 달라서 궁금했고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련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교포라는 캐릭터 특성상 실감나는 사투리를 배워야했고, 짧은 앞머리, 민눈썹으로 화면에 등장해야했다.
“단서가 많지 않은 캐릭터예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련화가 표현되거든요. ‘이 친구는 왜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까’ 등을 상상해야했어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없는 캐릭터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고, 관객들에게도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이길 바랐어요. 눈썹은... 현장에서 웃음이 빵빵 터졌었어요. 눈썹을 밀기 전에는 정말 걱정을 했었거든요. 물론 눈썹이 다시 자란다고는하지만 안 자라는 사람도 있잖아요. 의외로 재미있는 변신이었어요. 물론 촬영이 없는 동안에도 칩거해야했지만요. 눈썹을 또 언제 다 밀어보겠어요. 다행히 한 달반 정도 지나니까 눈썹이 원래대로 돌아왔죠. 기분 탓인지 이전보다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가 달리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천우희는 한석규, 설경구와 호흡을 하며 그들의 ‘평정심’에 놀랐다. 그러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로 ‘한석규와 낚시하기’를 언급했다.
“인간적으로 굉장히 따뜻하고, 선후배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셨어요. 저도 편안해지죠. 현장에서 당혹감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선배님들은 역시 잘 해내시더라고요. 내공이 어마어마하십니다. 멋있었어요. 제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취미 찾기 프로젝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거든요. 한석규 선배님이 낚시를 취미로 하시는데, ‘우상’ 관련해서는 한석규와 낚시를 함께 하러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작품을 준비하시느라 어렵겠더라고요. 시간이 맞으면 꼭(낚시를 함께) 하고 싶어요.”
천우희는 “‘우상’ 첫 시사를 베를린에서 했다.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시나리오대로 구현이 잘 됐어요.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제가 출연하는 영화는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거든요. 부족한 부분만 더 크게 와 닿으니까요. ‘우상’은 달랐어요. 전체 흐름을 따라가면서 몰입했죠. 영화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결말에 와 있을 거예요. 생각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하면 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영화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3월 20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