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중국색→역사 왜곡 논란 파국
제작 3사+SBS 행간 읽지 못한 입장문도 시끌
‘조선구마사’ 전대미문 문제작 전락
초유의 사태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연출 신경수, 극본 박계옥, 제작 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처웍스) 방영 여부를 관계 부처가 언급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제작 3사+SBS 행간 읽지 못한 입장문도 시끌
‘조선구마사’ 전대미문 문제작 전락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 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23일 SBS에서 방영된 ‘조선구마사’ 드라마는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을 받아들이는 듯한 내용과 화면으로 점철됐다. 물론 방송을 시작하면서 자막을 통해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넣었으나,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어떻게 역사적 사실과 무관할 수 있나. 처음부터 판타지로 풀어내려면, 모든 등장인물을 새롭게 창조했어야지. 역사적 인물이 그대로 나오는데, 특히 조선 역사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아, 저 때 저 사람이 저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까 샆다”고 이야기했다.
청원자는 “태종이 환시와 환청으로 인해 백성들을 무참히 도륙하는 것, 충녕대군이 통사 마르코와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전문 신부 요한에게 중국의 과자 월병에, 중국식 인테리어의 기생집까지. 도대체 PD는 뭐 하는 분이고, 작가는 뭐 하는 사람이고, 미술감독은 뭐 하는 사람이고, 방송 제작을 결정하고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무엇보다 지상파에서 이런 내용이 문제없이 방송이 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찍어 놓은 장면 아깝다 생각 말고, 국민에게 더는 스트레스를 주는 쓰레기 같은 내용의 드라마는 바로 폐기하고 종영하기를 바란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청원자는 “이렇게 심각한 역사 왜곡은 법적으로 나오지 않게 재발 방지를 청와대에 요청하는 바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내용에 아무 문제의식 없이 출연한 배우들도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해당 국민청원은 청원이 시작된지 이틀 만인 25일 밤 11시 20분 현재 청원 동의 인원 18만 4000명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관계 부처가 답해야 하는 동의 인원 20만 명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부처는 국민청원 동의 20만 명 돌파 시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앞으로가 주목된다.
그런 가운데 ‘조선구마사’ 제작 3사와 SBS는 알맹이 뺀 공식 입장 발표로 여론 뭇매를 맞고 있다. ‘조선구마사’ 제작 3사는 24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먼저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하여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친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 구마 사제 일행을 맞이하는 장면 중 문제가 되는 장면은 모두 삭제하여 VOD 및 재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일부 의복 및 소품이 중국식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 실수다. 향후 방송에서 해당 부분을 최대한 수정해 시청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중국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임을 알린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중국 협찬 및 제작 지원 사례와 달리 ‘조선구마사’는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또한 “본 드라마는 역사 속 인물과 배경을 차용했지만, 판타지 퓨전 사극으로서 ‘조선 초기의 혼란 속 인간의 욕망에 깃드는 악령이 깨어난다면?’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태종과 충녕대군, 양녕대군이 각자의 입장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대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조선구마사’ 제작 3사는 “실존 인물을 차용해 ‘공포의 현실성’을 전하며 ‘판타지적 상상력’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하였으나, 예민한 시기에 큰 혼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더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준비했어야 마땅한데, 제작진의 부족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사과했다.
끝으로 “앞으로 보다 더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드라마 제작에 임하도록 하겠다. 드라마에 참여 중인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도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SBS도 비슷한 맥락의 입장을 전했다. SBS는 “본 방송사는 시청자들에게 웰메이드 판타지 퓨전 사극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로 ‘조선구마사’ 작품을 편성하게 됐다. 하지만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이점 시청자 여러분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재까지 방송된 1, 2회차 VOD 및 재방송은 수정될 때까지 중단하겠다. 또한, 다음주 한 주간 결방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방영될 ‘조선구마사’ 제작 과정에서 철저한 내용 검수를 통해, 시청자께서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언뜻 사과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뿐이다. 중국색 논란 해명에 집중한 나머지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사과문을 내놨다. 누군가는 판타지를 판타지로 보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SNS상에 적으며 설전을 양산하지만, 이는 특정인의 관심 놀음일 뿐. ‘조선구마사’ 논란 핵심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실존 인물을 설정으로 넣었다는 점이다. 이를 문제 제기하니 바로잡는 과정은 없고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 사과하는데 왜 사과하는지 모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시청자와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다.
‘조선구마사’ 보이콧 움직임은 활발하다. SBS는 휴방 후 편성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상황은 이미 최악이다. 무엇을 택하든 최악과 차악만 남았다. 어떤 것을 택하는 성난 대중과 시청자 공분은 쉽게 잠 재우기 힘들다. 행간을 읽지 못한 수준에서 비롯된 말장난 같은 입장과 논란 대처가 일을 키웠다. 결국 ‘조선구마사’는 어떤 식으로는 전대미문의 역대급 문제작으로 기록된다. ‘조선구라사’라는 획기적인 닉네임과 함께.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