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에 소중함을 아는 배우가 있다. 어떤 구설에도 오르고 싶지 않다는 배우 김민재다. tvN 수목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연출 박원국, 극본 박슬기 이봄 오소호)에서 트라우마 때문에 침을 놓지 못하는 천재 의원 유세풍(유세엽과 동일인물) 역을 맡아 시즌1, 2를 성공적으로 이끈 김민재는 작품을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감사함이 남다르다.
“1년간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라는 작품을 촬영했는데, 감회가 남달라요. 마지막 방송을 혼자 집에서 보는데, 방송이 끝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어요. 허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에는 작품 종영 후에 빨리 잊는 편인데, 끝나는 게 실감나지 않아요. 아쉬움이 커요. 처음에는 시즌제를 이끌어간다는 부담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부담감이 사라졌어요. 김상경 선배도 계시고 계수의원 식구들도 있잖아요.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부담감 없이 즐겁게 연기했어요.”
좋은 현장은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준다. 다만, 현장이 좋다고 항상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도 그렇다. 비교적 낮은 시청률은 이 작품의 옥에 티로 통한다.
“시청률이요? 당연히 아쉽죠. 하지만 연연하지 않았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고 제가 사랑했던 작품이라 최선을 다했거든요. 배우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해요. 시청률이라는 것이 당장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꺼내 볼 수 있잖아요. 우리 작품은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사극이지만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입니다. 사극이라는 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잖아요. 특히 4회 에피소드가 좋았어요. 전기수라는 장치를 통해 현대에서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 따돌림을 조명하잖아요. 자칫 뻔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가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그 점이 우리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같아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즌1은 각 인물 사연에 중점을 둔 서사가 주된 내용이라면 시즌2는 유세풍과 서은우(김향기 분)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시즌1과 시즌2를 찍을 때 다른 드라마를 찍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시즌2에서는 시즌1에 없던 멜로도 있었고요. 톤이 많이 달라졌어요. 시즌제지만 시즌1과 시즌2을 임하는 느낌은 달랐어요. 멜로 연기는 어려웠어요. 정보 전달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거잖아요.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많이 연구했던 것 같아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김향기 배우는 정말 단단한 배우예요. 촬영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연기해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입니다. 외유내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귀여운 얼굴과 달리 배우로서 주관도 뚜렷해요. 관리도 잘하고요. 멋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향기과 1년간 함께 영향이 더해진 탓일까. 평소에도 구설에 없던 김민재는 앞으로도 어떤 구설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제 손으로 절대 해치고 싶지 않다고.
“어떤 구설이나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유독 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요. 전 연예인이라는 이 직업을 오래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꿈꿔왔고, 이 일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요. 열심히 쌓아올린 제 모든 것을 한순간의 실수로 지금의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건 비극입니다. 공든 탑을 제 자신이 무너트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해요. 겸손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고요.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깔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구설이나 논란이 아닌 배우 그 자체의 온전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어요.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연기하는 순간이 좋고, 작품이 온에어 되어 누군가에게 보이고 함께하는 게 좋아요. 제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저는 이 일을 너무사 사랑합니다.”
‘일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김민재다. 하지만 또래 남자 배우들이 그렇듯 김민재도 입대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그 공백은 배우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입대하느냐는 그래서 중요한 문제다. 김민재 역시 이런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군대는 당연히 가야죠. 전역한 또래 배우들에게 들었는데 되게 긍정적인 시간 같아요. 고민 없이 정해진 일과만 마치면 자유잖아요. 운동도 할 수 있고 책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저를 개발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 같아요. 그래서 입대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1, 2년 안에 입대할 것 같지만, 그 시간을 잘 활용해보려고요. 입대하게 되면 꼭 제가 직접 알리고 건강하게 다녀오겠습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를 보내며 새해를 맞은 김민재는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모두의 안녕도 기원한다.
“1년간 유세풍으로 살았어요. 저를 성장시켜준 캐릭터예요. 조금 더 따뜻한 사람 될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듯하게 대할 수 있는 용기를 줬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유세풍이라는 인물 성정을 닮고 싶어요. 제 안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담아두고 싶어요. 작품은 떠나보내지만, 캐릭터를 마음 속 어딘가에 간직한 채 올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알려진 대로 ‘낭만닥터 김사부3’를 통해 시청자들과 다시 만날 것 같아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를 성원해주고 시청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해요.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해였으면 합니다. 저도 그럴 거고요. 배우로서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어요. 20대에 많은 경험을 쌓아 30부터는 천천히 그 경험을 녹여내고 싶어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