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 유나이티드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만년 꼴찌인 여자 프로배구단의 이야기를 그린 ‘1승에’서 그는 지도자 생활 통산 승률 10% 미만의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를 연기한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뭘 해도 풀리지 않는 인생에서 단 한 번의 승리가 선사하는 의미와 감동이 좋아 이번 작품을 택했다”라고 돌이켰다.
○“김연경 선수 카메오 출연 감사해”
그는 이번 작품을 만나 “박하사탕을 깨물어 먹을 때 입안이 시원하게 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2000년 ‘반칙왕’ 이후 24년 만에 선보이는 스포츠 영화라는 점도 반가웠다고 했다.
“가끔 제 출연작 중 종종 생각 나는 작품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반칙왕’이라고 답해요. ‘반칙왕’과 ‘1승’도 비슷해요. 인생이 잘 풀리지 않던 사람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과 존재감을 회복하는 거죠. 특히 ‘1승’은 개인 스포츠인 레슬링을 다룬 ‘반칙왕’과 달리 팀워크가 주는 쾌감까지 있죠.”
한국 영화계에서 배구를 다룬 첫 영화이니만큼 진짜 배구인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다. 감독 출신 차상현 해설위원과 선수 출신 한유미 해설위원이 선수 역을 맡은 배우들의 훈련을 도왔으며 김세진, 신진식 감독 그리고 배구계의 슈퍼스타 김연경 선수까지 특별 출연했다.
“당시 김연경 선수가 굉장히 바쁘셨는데도 흔쾌히 충남 보령 촬영장까지 오셔서 촬영을 해주셨어요. 눈 앞에서 스파이크하는 걸 보니 TV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김연경 선수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대사가 없는 카메오 촬영만 진행했는데, 너무나 센스가 있으셔서 대사를 하셨어도 너무 잘하셨을 것 같아요.”
○“할리우드 진출 욕심 없다”
극 중 선수 역을 맡은 배우들은 대부분 얼굴이 알려지진 신인들로 여러 어린 신인 여배우들과 호흡한 것도 “새롭고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 말했다. 혹시 배우들이 불편할까봐 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을 때 “잘 낄 수는 없었지만 아빠 미소로 지켜봤다”며 웃었다.
“(신인 배우들의 연기는)가공되지 않은 유기농 채소 같다고 할까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정말 풋풋하고 싱그러운 매력이 있었죠. 촬영 기간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4인이상 사적인 모임을 하면 안되는 상태여서 배우들에게 소고기 한번 제대로 사주지 못한게 한이에요. 개봉 이후 뒤늦게라도 고기를 사주기로 했죠. 하하!”
배구 한우물만 파는 극 중 캐릭터처럼 송강호는 오로지 충무로에서 연기 외길을 걷고 있다. 연출 제의도, 또한 ‘기생충’ 이후 할리우드 진출 제의도 쏟아졌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한결같이 연기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실 할리우드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작품 여러 편 제의가 들어왔고 지금도 들어오고 있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있어요. 연기에 있어서 언어는 굉장히 중요해요. 물론 영어 대사를 달달 외워서 연기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깊은 연기를 선보일 능력이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