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생존기에 의미를 더하는 임지연의 진취적 활약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최보윤)에서 조선에 다신 없을 주체적 여인 옥태영(임지연 분)의 운명 개척이 유의미하다. 단순히 한 사람이 타인의 신분으로 인생 역전 성공하는 것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분 사회 조선에서 한 여성이 할 수 있는 차별과 싸움을 벌인다. 이는 현실의 젠더 갈등도 담긴다. 남녀 간의 우정까지도 매도하고 혐오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 사회 속 졸렬한 인간들이 작품 속에도 녹아든다. 모성까지 내던지 어미의 모습은 오직 나, 내가 바라던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식조차 도구로 사용하는 비정한 현실을 오롯이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옥태영이라는 인물은 특별하고도 특별하다. 옥태영은 천한 신분이라 핍박받으며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살았던 노비 생활에서 제 발로 도망쳐 나온 만큼 양반으로 살아가게 된 새로운 삶에서는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소중한 이들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한 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정의를 구현하고 은덕을 베푼다. 사회·정의 구현이 아니다. 몰랐으면 모를까 자신에게 힘을 보태달라는 이들에게 거절보다는 선의와 자의로 그들을 돕는다.
옥태영이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평생 벗 삼을 줄 알았던 쓰개치마를 벗어 던졌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솔이자 동무였던 막심(김재화 분)과 백이(윤서아 분) 모녀의 억울함을 그 누구보다 잘 대변할 수 있었기에 직접 외지부로 나서기도 했다. 몸종은 사람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파렴치한 행동들을 일삼던 과거 주인아씨 김소혜(하율리 분)와는 대조되는 대목이었다.
이후 옥태영은 외지부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이 일을 계기로 현감 성규진(성동일 분)의 아들 성윤겸(추영우 분)과 연이 닿아 현감댁 며느리가 되면서 그의 주체성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현감을 시기하는 세력으로 가문이 망할 위기에 처하고 남편이 도망친 상황에서도 옥태영은 직접 발로 뛰어 집안의 명예를 회복해 내고 식솔들을 지켜냈다.
더불어 옥태영의 이런 노력은 주인의 악행에 이용당했던 노비, 불법 노두 채굴에 강제로 동원되었던 아이들을 구해냈고 열녀문에 이용당했던 무고한 과부들의 억울함까지 풀어주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자신의 행복과 신념, 그 이상으로 더 넓은 곳에 영향을 미치며 ‘가졌기 때문에 책임지는 삶’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임지연은 이런 옥태영에 대해 “구덕이가 태영이라는 인물로서 얻고자 한 목표는 주체적 삶”이라 밝혔다. 박지숙 작가 역시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내 살아남으며 쉽게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존력과 불굴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으며 본인이 추구하는 이상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옥태영의 능동적인 움직임은 치열한 사기극에 의미를 더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후반부에 접어든 ‘옥씨부인전’은 토, 일요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