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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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핵심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하며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OTT가 100년 역사의 ‘빅5’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를 집어삼킨 이번 인수 움직임은 기업 간 거래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지형을 재편을 예고하는 중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달 초 수면 위에 오른 넷플릭스의 인수 의지는 적자에 시달리던 워너브라더스가 핵심 사업부 매각을 공식화하며 본격화됐다. 여러 기업의 경쟁 끝에 넷플릭스가 총 기업 가치 827억 달러(106조 원)를 제시하며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또다른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가 알려진 인수 금액 대비 높은 수준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며 이른바 ‘적대적 M&A’ 의사도 있음을 피력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현지 업계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초거대 스트리밍 제국’ 탄생

이번 인수로 글로벌 가입자 3억 명 규모의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산하 OTT인 HBO 맥스(HBO Max)까지 확보하며, 스트리밍 시장에서 사실상 ‘초거대 단일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업계는 이를 두고 “스트리밍 전쟁의 종식이자, 시장의 완전한 양극화 신호”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이었던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로 ‘해리 포터’ ‘DC 유니버스’ ‘왕좌의 게임’ ‘프렌즈’ 등 워너브라더스의 대표 ‘헤리티지 IP’를 단번에 손에 넣게 됐다. 여기에 HBO의 프리미엄 제작 역량까지 더해지며, 플랫폼 내 콘텐츠 품질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업계 대다수는 이번 인수를 ‘레거시 미디어 체제의 공식적 종말’로 해석하고 있. 전통 대형 스튜디오가 스트리밍 기업에 흡수된 것은 콘텐츠 산업의 권력이 완전히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워너브라더스 대표 IP

워너브라더스 대표 IP

O할리우드의 우려와 반발

반면 할리우드 창작자들은 이번 인수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인수가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독점 심화와 창작자 권익 약화다. 미국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SAG)은 “경쟁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합병”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WGA는 이 거래가 “일자리 축소·임금 하락·콘텐츠 다양성 축소로 직결될 것”이라며 미 행정부에 합병 저지를 공식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배우 제인 폰다는 성명을 통해 “민주적 공론장과 수정헌법 1조를 위협하는 위험한 확장”이라고 비판했다.

극장 산업의 위축 우려도된다. ‘극장 개봉’을 영화의 본질적 가치로 보는 거장 감독들은 일제히 경고음을 냈다.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 인수를 “재앙(disaster)”이라고 지칭하며 OTT 중심 기업이 워너브라더스를 소유하면 극장 유통 창구가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글로벌 영화관 단체 역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극장 상영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이번 합병을 “전례 없는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