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희 동창들은 다른 동창들보다 자주 연락하고, 친목도 좋은 편입니다. 작년부터는 부부동반으로 만나고 있는데, 이 날은 아내들을 부르기 전에 먼저 남자들끼리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한 친구가 “우리 와이프는 결혼하니까 성격이 좀 바뀌는 것 같아.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버스나 지하철에 빈자리가 있잖아? 그러면 부리나케 달려가서 자리에 앉는다. 아무래도 아줌마 본성이 나오나봐∼ 거기다 마트에 가서 물건이 좀 싸게 나왔다 싶으면, 그 큰 덩치를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다른 아줌마들이 못 쫓아올 정도야∼”라고 아내의 바뀐 성격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서로 결혼 후 달라진 아내들의 모습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저는 딱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 아내는 연애 때도, 지금도 여전히 조신하고 얌전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2차로 호프집을 갔습니다. 그 때는 각자의 아내들을 불러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 곳은 친구의 추천으로 간 곳이었는데, 친구 말대로 통기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사는 얘기하며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었을 때, 갑자기 사회자가 “자 지금부터 저희 가게 5주년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게임을 하고, 이긴 분께는 상금 50만원을 드리는데요, 오늘 게임은 맥주 빨리 마시기 게임입니다. 신청자 분들 앞으로 나오세요!” 라며 무대에 섰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술 마시는 건 정말 자신 없었습니다. 그 때 제 친구가 벌떡 일어나며 “아유∼ 술 하면 나지∼ 거기다 종목이 맥주면 1등은 아주 따 놓은 거다∼ 오늘 내가 1등 하면 한턱 쏠 거니까 응원이나 열심히 해” 라며 호기를 부렸습니다.
그 때, 갑자기 얌전히 있던 제 아내가 “여보 나 저 게임 참가해도 되요? 50만 원이면 꽤 큰 돈인데. 저걸로 애들 옷도 사주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면 좋겠다”라며 좋아하는 겁니다.
동창들도, 동창 부인들도 모두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저희 아내가 말도 없고 얌전하지만 주량은 좀 센 편이었습니다.
연애할 때 아내랑 처음 술 마시러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저는 맥주 한 잔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아내는 그 자리에서 1000cc를 연거푸 3잔을 마셔버렸습니다. 결혼 후엔 술 마실 기회가 없어서 주량이 줄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옛날 아내의 주량을 알기에 허락해줬습니다.
그렇게 게임은 시작되었고, 아내는 정말 그 동안 술을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마셔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결승전에 어떤 남자와 함께 올라가데 됐는데, 결승전은 1000cc 컵으로 빨리 맥주를 마시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조용히 아내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승은 저희 아내에게로 돌아갔고, 상금 50만원도 아내의 손에 쥐어지게 됐습니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가 “여보 나 잘했지? 나도 아줌마는 아줌만가봐∼ 50만 원이면 우리 집 생활비 반인데, 갑자기 그 돈을 보니까 승부욕이 생기더라구” 하고 자랑했습니다.
아내의 그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러웠습니다.
그 일로 저희 아내는 동창 모임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고, 저희 부부 갈 때마다 대우가 달라진답니다. 보통 아내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저는 자랑스러운 제 아내에게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정화 씨!! 당신의 내조 덕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우리 부부 서로 아껴주면서 재미나게 살아요∼ 사랑합니다∼”
전북 익산|장영봉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