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탈락은 오히려 좋은 기회”…‘대선배’ 홍명보 감독 덕분에 일어서는 베테랑 김영권

입력 2024-05-3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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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영권.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HD 베테랑 중앙수비수 김영권(34)은 오랜 기간 축구국가대표팀 수비진을 이끈 기둥이다. A매치 111경기를 뛰며 역대 출전 순위 9위에 올라있다. 현역선수들 중 그보다 많이 출전한 이는 손흥민(125경기·5위)이 유일하다.

월드컵 무대만 3차례 밟았다. 특히 2018러시아월드컵과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각각 유럽의 강호 독일과 포르투갈을 상대로 골을 터트리며 ‘국민수비수’로 등극했다.

2022년 울산에서 은사 홍명보 감독과 재회했다. 각각 사령탑과 선수로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함께 일군 둘은 2014브라질월드컵도 사제지간으로 함께했다. 울산에서 다시 만난 첫 해 팀의 17년만의 K리그1 우승을 이뤘고, 지난해 2연패에도 성공했다. 2023년 김영권은 K리그1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 시즌 김영권은 모두가 기억하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 특유의 안정감과 듬직함이 사라졌고, 실수가 잦아졌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 홈경기(3-3 무)에 이어 대전하나시티즌과 5라운드 원정경기(0-2 패)에서 치명적 패스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내줬다. 불안한 경기력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긴 부진은 결국 대표팀 탈락으로 이어졌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6월 6일 싱가포르(원정)~11일 중국(서울월드컵경기장)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 6차전을 치르는 대표팀 엔트리에 김영권은 없다.

홍 감독은 ‘애제자’를 다독였다.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1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만난 홍 감독은 “김영권에게 오히려 대표팀 탈락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2000년대 J리그에서 계속 경기를 뛰었는데, 결국 피로골절 부상을 당했다”며 “(김)영권이가 쉬는 동안 잘 추스르고 재정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권은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울산은 후반 3분 인천 음포쿠에게 프리킥으로 먼저 실점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6분 엄원상의 동점골로 적지에서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후 김영권은 대표팀 탈락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의 조언에 수긍하면서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그는 “감독님 말씀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A매치 기간 동안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6월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영원한 맞수’ 전북 현대와 16라운드 홈경기를 펼친다. 중요한 ‘현대가 더비’를 앞두고 김영권은 “우리는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팀이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똘똘 뭉쳐 전북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 감독의 따뜻한 조언은 후배 김영권을 다시 뛰게 만드는 힘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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