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장면들. 하쿠의 비행 장면과 거대해진 가오나시 등 원작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무대에서 구현했다. 사진제공|ⓒ TOHO
오리지널 투어 예술의전당 공연 성황
애니 특유의 빠른 화면 전환 완벽 구현
점점 커지며 움직이는 가오나시 압권
예상 뒤엎는 오케스트라 등장씬 황홀
[스포츠동아 이수진 기자] 상상이 끝내 현실이 됐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서울 무대에 올랐다. 애니 특유의 빠른 화면 전환 완벽 구현
점점 커지며 움직이는 가오나시 압권
예상 뒤엎는 오케스트라 등장씬 황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월 7일 개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는 최강 한파 속에서도 객석을 가득 채우며 우리들이 이 작품을 기다려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한국 관객에게 ‘센과 치히로’는 25년을 함께한 기억이다. 그 시간을 고작 78일의 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이 작품을 향한 관객의 기대와 애정은 그만큼 깊게 축적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차 티켓 오픈 당시 3만여 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 작품은 2001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열 살 소녀 치히로가 우연히 신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를 구하기 위해 온천장에서 일을 시작한 치히로는 이름을 빼앗긴 채 ‘센’으로 불린다. 그리고 하쿠, 가마할아범, 가오나시 같은 낯설고 기묘한 존재들과 마주한다. 대담한 상상력과 이를 구현한 영상미로 사랑받은 원작은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이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오리지널 투어인 만큼 공연은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자막을 따라가다 보면 언어의 장벽은 금세 흐려진다. 애니메이션을 수없이 반복 감상한 관객이라면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이 장면은 어떻게 구현될까’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마주했을 때 기대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에 저절로 숨을 삼키게 된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빠른 화면 전환은 무대 위에서 쉼 없이 이어진다. 배우와 앙상블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며 공간을 바꿔 나가고, 무대 중앙의 회전무대는 가마할아범의 지하실과 기숙사, 온천장 입구와 유바바의 사무실까지 쉼 없이 변신한다.


공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장면들. 하쿠의 비행 장면과 거대해진 가오나시 등 원작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무대에서 구현했다. 사진제공|ⓒ TOHO
신들의 세계답게 무대에 오르는 존재들 역시 범상치 않다. 가오나시, 돌머리 삼총사, 오물신 등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해 보였던 캐릭터들이 실제 무대 위에 등장하는 순간마다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특히 가오나시가 점점 커지며 움직이는 장면은 배우의 육체와 퍼펫이 결합된 연출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날 공연에서는 유바바 역에 나츠키 마리가 등장했다.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같은 역할의 성우를 맡았던 그는 목소리와 분장, 움직임까지 더해져 마치 화면 속 인물이 그대로 무대 위로 걸어 나온 듯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공연 말미에는 또 하나의 반전이 기다린다. 무대 아래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짐작했던 오케스트라는 무대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배경처럼 보이던 벽이 걷히며 연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느껴진다.
커튼콜에서는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든다. 이 장면에서 어른 관객들은 25년 전 처음 이 이야기를 만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인사를 받는 기분에 빠져들게 된다.
일본어로, 일본인 배우들이 연기했기에 가능한 감성도 분명 존재한다. 공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언어보다 배우들의 몸짓과 리듬, 호흡에 먼저 시선이 간다. 감정은 번역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 공연이 왜 오리지널 투어여야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되는 이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는 3월 22일까지 공연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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