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11살 여배우’ 김새론 “나는 배우…울림 주는 연기하고파”

입력 2011-04-14 1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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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급 임원 도맡아 하는 야무진 초등학생
● "큐" 사인만 들어가면 '연기 천재'로 돌변
●'한국의 다코타 패닝' 별명 "감사해… 부족한 점 많아"
●"설경구 선배를 보며 연기의 참맛 배워"

"2학기엔 임원선거에 다시 나갈 거예요. 이번 학기엔 촬영 때문에 못 나갔어요."

초등학교 5학년생.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던 꼬마 아가씨는 씩씩하게 출마 의사를 밝혔다.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이하 내마들)에서 어린 봉우리 역을 연기한 김새론(11)을 만났다.

생후 9개월부터 아기모델로 활동한 김새론은 2009년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불 합작 영화 '여행자'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 영화로 당당히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김새론은 지난해 원빈과 호흡을 맞춘 '아저씨'로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봄날 병아리처럼 노란 티와 재킷을 입고 나온 김새론은 인터뷰를 하려고 6교시 체육 수업을 빠지고 왔다며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빈 교실에 숨어들어 가 풍금을 두드릴 정도로 학교를 좋아하는 드라마 속 모습과 닮았다. 초롱초롱한 눈에서는 영리함이 묻어났다.

학교생활을 즐기는 김새론에게 좋아하는 과목을 물었다. “국어가 가장 재미있고, 역사가 조금 어렵지만 다 좋아해요. 다 연기에 도움에 돼요. 수학도 중요해요. 천재 수학자 역을 맡을 수도 있거든요.”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촬영도중 문자놀이… 아직은 친구와 노는 게 즐거운 어린이

"아침 7시까지 촬영을 해도 안 자고 학교에 가요.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고, 공부도 재미있어요. 성적이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국어가 역시 가장 좋고… 역사는 조금 어려워요."

-촬영이 많을 텐데, 학교 다니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어릴 적부터 반장도 해봤고, 운동회 계주도 했어요. 작년 임원 수련회는 대종상 시상식 때문에 못 갔죠. 바이크도 타고 재미난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아쉬웠어요. 이상하게 수련회나 수학여행이 일이랑 겹쳐요. 전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해서 가고 싶거든요. 또, 친구들과 약속을 어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친구들이 이해하려고 해줘서 고마워요,"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은 없나요.

"새콤달콤? 다른 별명도 있는데 기사에는 적절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어요. (웃음)."

-학교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연기만 하면 학교가 가고 싶고, 학교만 가면 연기가 하고 싶어요. 방송 활동과 학교생활을 같이 해서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친구들도 제가 연기하는 만큼 학원에 다녀요. 엄마랑 매니저 언니들도 저 때문에 고생하시고요. 저만 힘든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학교 다니면서 연기도 하고 싶어요."


▶ 웃음 잃지 않는 '봉우리' 나와 비슷해


극중 봉우리는 가난한 청각장애인 미숙(김여진)의 딸이다. 아홉 살까지 아빠도 이름도 없이 '작은 미숙이'로 살며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그런 우리에게 천사처럼 착한 7살 지능의 새 아빠 봉영규(정보석)가 나타난다. 까칠하지만 멋진 오빠 마루(서영주)와 피아노 선생님을 자청한 부잣집 친구 찬희(차동주)까지 생긴다.

- 첫 드라마 촬영인데 재미있었나요?

"찬희와는 촬영 중간에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정보석 아빠도 담요를 덮어주고 잘해주셨어요. 집에도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둘 다 바빠서 어려울 것 같아요. 드라마라는 걸 처음 찍어서 그런지 추억이 많이 생겼어요."

-얼굴이 많이 탔어요.

"'내마들' 전에 영화 '나는 아빠다'를 찍었는데, 그때 옥상 장면이 길어서 얼굴이 좀 탔어요. '내마들'에선 야외 장면이 많았고요. 이제 하얀 얼굴로 안 돌아올 것 같아요. (웃음) 충청도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요. 다른 곳도 많이 갔고요. 드라마는 영화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틀 밤새고 2시간 자고 제작 보고회에 간 날도 있었어요. 그땐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극중 수화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15시간 정도 수화 수업을 들었어요. 캠코더로 찍어서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수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복습했어요.

-기억나는 대사가 있나요.

"(빠르게)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잘하죠? 거꾸로도 잘해요. 하파타카차자아사바마라다나가!"

극중 오빠 봉마루(서영주 분)에게 하는 대사다. 차갑기만 한 마루지만 갑자기 생긴 여동생의 애교가 싫지는 않은 눈치다. 이런 봉우리 가족의 행복도 잠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화장품 공장에 일하러 간 엄마가 화재로 숨진다.

잿더미가 된 공장에서 엄마를 찾느라 얼굴이 그을음이 잔뜩 묻은 우리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를 크게 울렸다. "아이답지 않은 명품 연기", "눈물이 주룩주룩…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라는 시청소감이 홈페이지에 줄줄이 달렸다.

-연기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학원에 다닌 적은 없어요. 대본을 받은 순간부터 나는 없어요. 이제 나는 김새론이 아니라 봉우리예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봉우리처럼 막 들떠서 행동해요. 촬영이 끝나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죠. 학교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면 또 금방 돌아와요."

‘꼬마 천재’ 김새론을 질투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원빈이 선물한 노트북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린 후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새론은“항상 좋은 평가를 받을 순 없어요. 안 좋은 이야기에 쉽게 상처받으면 연기 못 할 거예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9개월부터 모델… 동생들도 모두 연기

-연기는 언제부터 하고 싶었나요?

"어린이 모델을 하면서, 연기가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8살 때예요. 그래서 '여행자' 오디션을 봤어요. 눈 아래를 다친 상태여서 붙을까 싶었어요. 당시엔 연기가 지금보다 더 부족했고, 경쟁률도 1000:1이었어요. 하지만 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나중에 주인공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폭풍 눈물'을 흘렸어요."

-'한국의 다코타 패닝(아역 출신 할리우드 배우)'으로 불릴 만큼 영화 '여행자'부터 시작해 고아, 인질, 환자 등 힘든 연기만 했습니다.

"연기에 대해 더 알아가려고 택했어요. 쉬운 것 여러 번보다 어려운 것 한 번이 저에게 더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물론 이번에 밝은 면이 많은 '봉우리'를 해서 기뻤어요. 하지만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역을 가리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할 때 부모님께서 계시면 저 고생한다고 걱정하실까 신경이 쓰이기도 했어요. 이젠 괜찮아요."

김새론은 집에선 두 여동생 아론·예론의 언니이기도 하다. 세 자매는 함께 작년 11월 송중기와 화보를 찍었고, 막내 예론은 변승욱 감독의 영화 '고양이'에도 출연한다. 셋 다 끼와 실력을 지닌 셈.

-막내도 연기를 하지요.

"예론이는 변승욱 감독의 '고양이'를 찍었어요. 동생도 연기를 배운 적은 없어요. 나도 그랬지만, 동생도 처음부터 힘든 역을 맡았다. 와이어 달고, 추운 날에 민소매 입고. 스스로 자신의 매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역시 나의 매력을 찾아가고 있어요. 동생 둘은 다 쌍꺼풀이 있어요. 둘째는 춤과 노래에 끼가 있습니다."

-새론 양의 매력 포인트라면?

"제 외모에는 만족해요. 할아버지가 여자는 다리가 예뻐야 한다며 등에 업지 않고 포대기에 싸서 안고 다니고, 다리도 주물러 주시고 쭉쭉 댕겨주셨어요. 할머니도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손녀들을 많이 아껴주셨어요. 그래서 1분이라도 매일 통화하려고 해요. 드라마에 출연하니까 좋은 점은 할아버지가 쉽게 절 볼 수 있다는 거예요."

-한참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인데, 더 꾸미고 나오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없나요.

"처음엔 예쁜 옷 입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단 걸 알았어요. 화면에선 망가져도 상관없어요."

- 지금까지 총 4편의 영화와 드라마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여행자'가 진짜 힘들었어요. 찍는 동안 내내 추웠어요. 땅에 묻히고, 전봇대에 올라가고…. 처음부터 강렬한 경험을 해서 이젠 웬만한 어려움은 참을 수 있어요. '여행자'에서 아빠로 나온 설경구 아저씨 덕분에 진짜 연기자가 뭔지 많이 배웠어요. 연기의 재미도 알고, '연기'로 사는 '연기자'가 뭔지 느꼈어요."

-'아역=귀엽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선?

"더 넓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아역도 성인 연기자만큼 좋은 연기를 위해 노력합니다. 아역들도 배우라고 생각해주세요."

‘내 마음이 들리니’ 을 하기 전, 김새론은 고아, 인질, 환자처럼 힘든 역을 맡았다. “화면에서 망가지고, 힘든 역할을 해도 상관없어요. 연기로만 작품을 할래요. 배우가 배역을 가리면 안 되잖아요.”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어른이 돼도 연기로만 평가받고 싶어

10일 방송을 끝으로 김새론은 '내마들'에서 하차했다. 16일부터는 성인 연기자 황정음이 바통을 이어간다.

대신 스크린에서 김새론의 모습을 더 볼 수 있다. 최근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김승우의 아픈 딸로 출연하기 때문. 그의 분량은 '아저씨' 때보다는 적다. 이 때문에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김새론을 더 보고 싶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얼마 전 어떤 팬 분이 '빛내주기보다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해주셔서 감동했어요. 그래도 분량 욕심은 없어요. 오히려 분량이 작아서 '나는 아빠다'를 선택했어요. 당시 '아저씨'와 동시에 했거든요. 또 심장병 환자 역이라 대사 없이 표현하는 법을 배웠어요."

키 144㎝, 몸무게 25㎏. '작지만 큰' 배우 김새론은 "깊이 있는, 마음에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길에서 알아보는 분들도 있어요. 노력한 보람을 느껴 기쁘죠. 무슨 역이든 열심히 했어요. 그건 차이가 없어요. 앞으로 어른이 돼도 연기로만 평가받고 싶어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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