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김해란(왼쪽), 도로공사 임명옥. 스포츠동아DB
이번 시리즈에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전·현 국가대표팀 주장 김연경(흥국생명)과 박정아(도로공사)의 ‘빅뱅’은 물론이고 이원정(흥국생명)과 이윤정(도로공사)의 세터 대결도 주목을 끈다. 이원정은 2017~2018시즌 도로공사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3시즌을 뛰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활약했던 도로공사 외국인선수 캣벨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에 맞선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의 도전도 볼 만하다. 아본단자 감독은 정규리그 6라운드에서 당한 패배를 잊지 않고 도로공사에 설욕을 벼르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김해란(39·흥국생명)과 임명옥(37·도로공사)의 대결이다. 최고 리베로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라이벌전은 이번 시리즈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해란은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 등극에 큰 힘을 보탰다. 35경기에 출전해 리시브효율 45.9%, 세트당 디그 5.6개를 기록했다. 수비와 디그에선 나란히 2위, 리시브에선 9위다. 김연경, 옐레나 등 공격수들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김해란이 후방을 든든히 지켜준 덕분이다.

흥국생명 김해란(왼쪽), 도로공사 임명옥. 스포츠동아DB
이뿐 아니다.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1월 초 감독 경질로 팀이 혼란스러울 때 김연경과 함께 후배들을 다독이며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다. 김연경은 “나도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김)해란 언니가 참고 견디는 것을 보면서 팀원들도 같이 힘을 냈다”며 고마워했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경험했던 김해란은 4년 만에 또 한번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임명옥은 기록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올 시즌 수비와 리시브 모두 1위고, 디그는 4위다. 또 2019~2020시즌 이후 4시즌 연속 수비와 리시브 동반 1위다. 도로공사가 ‘끈끈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혼신의 힘을 다한 리베로 덕분이다.
V리그 원년인 2005년 KT&G(현 KGC인삼공사)에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했던 그는 당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활약했지만, 2007~2008시즌부터 리베로로 전향해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5~2016시즌 이후 8시즌째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는 4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에 당한 패배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는 “당시와 선수 구성은 다르지만, 그 때도 플레이오프에서 이겨 챔피언결정전에 갔다”며 “아쉬움이 컸다. 이번엔 그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