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지휘봉을 잡고 처음 여자선수들을 지도하는 이상범 감독은 2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덴소와 ‘2025 BNK금융 박신자컵’ 조별리그 2차전을 마친 뒤 “여자농구에 팽배해져 있는 ‘언니 농구’ 문화를 바꾸겠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경기 도중 작전을 지시하는 이 감독. 사진제공|WKBL
이상범 감독(50)은 지난 3월 부천 하나은행 감독으로 선임되며 처음으로 여자프로농구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2000년부터 코치 생활(당시 안양 SBS·현 정관장)을 시작했던 남자농구에선 잔뼈가 굵은 베테랑 지도자였지만, 여자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생소했다. 처음 하나은행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거듭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났다. 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덴소 아이리스(일본)와 ‘2025 BNK금융 박신자컵’ 조별리그 B조 2차전(59-92 패)을 마친 뒤 이 감독에게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을 지도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여자농구에 희한한 것도 많다”고 운을 뗀 그는 “가장 놀란 게 ‘언니 농구’다. 뭔가 해보기도 전에 맛이 가더라”며 격정을 토로했다.
‘언니 농구’는 후배 선수가 선배를 두려워해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감독은 “이해가 안 된다. 코트에 선후배가 어디 있나, 왜 경기가 끝난 뒤 후배가 선배를 찾아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지 모르겠다. 오늘날의 스포츠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스타가 되기 위해 본인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남자농구에선 그런 문화는 없었다. 고참 선수들과 다른 팀 감독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고 말했다.
문화를 바꾸겠다는 뜻도 분명하게 전했다. 이 감독은 “물론 팀 내에는 어느 정도 규율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나는 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코트에서 상대와 싸울 때는 선후배가 무슨 상관인가. 서로 경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후배들은 ‘당연히 내가 선배보다 앞서면 안 된다’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선배의 트래시토크를 듣고 가만히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을 해치는 모습은 용납하지 않겠다.” 하나은행 선수단을 향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감독은 “팀에 조금이라도 해갸 된다면 다 배제할 것”이라며 “한 명 때문에 팀을 망가트릴 수는 없다. 그게 코치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팀의 성장만 바라보는 베테랑 사령탑의 투쟁심이 느껴졌다.
사직|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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