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세 여자 이야기’, 왜 많을까 [홍세영의 어쩌다]

입력 2022-02-24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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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세 여자 이야기다. 방송됐거나 방영되거나 제작되는 작품 대부분이 그렇다. 여주인공이 중심인 내용이면 거의 세 여자 이야기를 다룬다. 전개가 비슷하거나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세 여자가 중심인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 중이다.

먼저 방영 중인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 연출 김상호)은 대놓고 세 여자가 중심이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를 다룬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만난 동갑내기 차미조(손예진 분), 정찬영(전미도 분), 장주희(김지현 분)가 어느덧 마흔을 함께 바라보는 서른아홉 살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찬영이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세 친구 삶에 변화가 생기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는 지난달 종영된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극본 제인 연출 이길복 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와 비슷하다. 큰 맥락은 다르지만, 세 여자가 이야기, 시한부, 원나잇 등의 설정이 결을 같이 한다. 세 여자, 시한부 설정은 지난 8일 종영된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극본 문정민 연출 오현종)과도 맥을 같이한다. 세 작품 모두 다른 이야기를 그리지만, 세 여자와 시한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듯 다르다.

방영을 앞두고 제작에 들어간 TV CHOSUN 새 드라마 ‘마녀는 살아있다’(극본 박파란 연출 김윤철)도 마찬가지다. ‘마녀는 살아있다’는 산 날과 살날이 반반인 불혹의 나이에 죽이고 싶은 누군가가 생겨버린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미스터리 블랙코미디다. 세 여자,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설정의 유사성을 띈다.




욕망을 다룬 세 여자 이야기도 많다. 내달 방영을 앞둔 tvN 새 수목드라마 ‘킬힐’(극본 신광호 이춘우 연출 노도철)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오를수록, 더 높을수록 탐하고 싶어지는 욕망과 권력, 이를 둘러싼 세 여자의 뜨겁고도 격정적인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를 위해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이 각각 욕망 캐릭터로 분한다.

김하늘은 꿈틀대는 욕망으로 UNI 홈쇼핑 탑 쇼호스트 자리를 노리는 우현으로 변신한다. 나락에 떨어진 후 뒷걸음질 칠 곳마저 잃어버린 우현은 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흑화한다. 이혜영은 평사원에서 UNI 홈쇼핑의 부사장이 된 신화의 주인공이자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살벌한 마녀 기모란을 연기한다. 김성령은 태생부터 하이클래스이자 UNI 홈쇼핑의 간판 쇼호스트 배옥선 캐릭터를 맡는다.

‘킬힐’이 홈쇼핑을 주 무대로 세 여자 욕망 게임을 다룬다면, 2년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 시리즈는 펜트하우스 중심으로 한 세 여자 욕망 게임을 그렸다.

또한, 재벌가를 무대로 세 여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존재한다. tvN 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 연출 이나정), JTBC 드라마 ‘공작도시’(극본 손세동 연출 전창근)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재벌가를 배경으로 세 여자의 삶, 출생의 비밀 등을 다룬다.






이밖에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과 맥을 같이하는 작품이 속속 등장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티빙 오리지널 ‘술꾼여자도시들’(극본 위소영 연출 김정식) 시리즈다. ‘술꾼여자도시들’은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즌2 제작을 앞두고 있다.

친구는 아니지만, 세 자매 이야기를 다룬 tvN 새 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도 워맨스(여성 캐릭터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를 중심으로 그린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거대한 사건에 휩쓸린 세 자매가 ‘돈’이라는 인생의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뜨겁고도 짜릿하게 펼쳐진다.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가 캐스팅돼 올해 기대작 중 하나다.

이처럼 ‘세 여자’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 안방극장에 쏟아진다. 장르물 홍수에 이어 ‘세 여자’ 홍수다. 전체 맥락과 전개 방식은 다르지만, 세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은 똑같다. 그렇다면 이런 설정 쏠림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 제작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사회 분위기 변화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30대 초반만 해도 ‘노처녀’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결혼이 쉽지도 않고,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주체성을 지닌 여성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소비층이 30·40대 여성이라는 점도 큰 요인이다. 이들은 큰 구매(소비)력을 지닌 연령대다. 이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취향을 반영한 작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관계자는 “한 사람에게 다양한 성향을 주입할 수 없기에 여러 성향을 지닌 세 여성을 다뤄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게 제작 트렌드다. 한쪽으로 감정이 치우치기보다 갈등과 균형을 맞추며 보다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향에서 세 여자 이야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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