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앞에 ‘농구천재’도 비틀

입력 2009-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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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아이버슨 은퇴설 왜?
NBA 드래프트 사상 최단신 1번 지명

포인트가드로 득점왕 4회·올스타 10회

어느덧 12년 세월 훌쩍…식스맨 전락

전직 감독들 “아직 아깝다” 설득 나서


NBA 드래프트 사상 포인트가드가 전체 1번으로 지명된 경우는 딱 두차례 있었다. 79년 미시건 스테이트 출신의 매직 존슨(LA 레이커스)과 96년 조지타운의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76ers)이 주인공이다. 두 선수 나란히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조기 NBA에 입문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존슨은 206cm의 장신으로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혁명을 불러온 선수다. 이 정도의 신장이면 포워드감이다. 현란한 드리볼, 노룩패스, 폭넓은 시야, 돌파력, 리더십 등 흠잡을데 없는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NBA 챔피언시리즈 사상 루키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MVP를 수상하며 레이커스를 통산 5차례 정상으로 이끌었다. 80년대 최고의 인기 팀이었던 레이커스는 매직 존슨을 포함해 제임스 워시, 카림 압둘 자바 등의 멋진 플레이로 ‘쇼타임’이라는 애칭을 들었다.

183cm의 아이버슨(34)은 전형적인 포인트가드였다. 그러나 NBA에 들어와서는 포인트가드보다는 슈팅가드로 활약했다. 통산 4차례 득점왕에 오른데서 잘 드러난다. 비록 포인트가드 포지션이지만 아이버슨은 NBA 선수로서는 작은 신장이다. 드래프트 사상 최단신 1번 지명선수이기도 하다.

아이버슨 하면 으레 떠올리는 게 문신과 필라델피아 76ers 시절 래리 브라운 감독(현 샬럿 봅캐츠)과의 설전이다. 요즘 NBA는 문신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원조격이 아이버슨이다. ‘벽지’로 통할 정도로 온 몸이 문신으로 덮혀 있다. 브라운 감독과는 2002년 필라델피아 시절 훈련을 놓고 공개적으로 다퉜다. 브라운 감독이 팀 훈련에 불참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아이버슨은 “나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다. 그런데 훈련이 문제가 된다니 말이 되느냐”고 맞섰다. 하지만 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미국 대표팀 감독과 선수로 함께 하면서 화해했다.

마이클 조던은 모두가 인정하는 ‘농구황제’다. 아이버슨은 ‘농구천재’다. 드래프트 전체 1번에서 알 수 있고,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4차례 득점왕과 10차례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통산 2만4020 득점을 올려 이 부문 역대 17위에 랭크돼 있다. 조지타운의 존 톰슨 감독 아래서 조기에 NBA에 입문한 첫번째 선수가 아이버슨이다. 패트릭 유잉(뉴욕 닉스), 알론조 모닝(뉴올리언스 호네츠), 디켐모 무톰보(덴버 너게츠)등은 모두 4년을 마치고 NBA에 입문했다.

아이버슨은 비록 우승반지는 없지만 필라델피아를 한차례 NBA 파이널에 진출시킨 탁월한 선수다. 그러나 ‘농구천재’도 세월은 비켜갈 수 없었다. NBA 진출한 이래 지난 시즌 12년 만에 처음으로 득점이 10점대(평균 17.5)로 주저 앉았다. 아이버슨은 지난 시즌 덴버에서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됐다.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가 된 그는 반겨줄 팀이 없어 약체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라이오넬 홀린스 감독의 식스맨 역할에 불만을 품고 3경기를 뛰고 멤피스 유니폼을 벗어 버렸다. 구단이 웨이버로공시해 다시 프리에이전트가 됐지만 아이버슨을 받아줄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닥을 기고 있는 뉴욕 닉스행 설이 돌았으나 “우리는 팀을 리빌딩하고 있어 아이버슨이 필요하지 않다”고 포기했다.

결국 지난 주 온라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이버슨의 은퇴설이 퍼졌다. 본인은 아직 공개적으로는 은퇴여부를 발표한 상태가 아니다. 34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아이버슨의 은퇴는 이른 감이 있다. 아이버슨을 지도했던 전직 감독들이 나서 그를 설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버지니아 고교 때 사고뭉치였던 그를 조지타운 대학으로 이끈 존 톰슨 전 감독은 이번 주 아이버슨과의 면담을 통해 은퇴여부를 들을 참이다. 톰슨 감독은 아이버슨에게 아버지같은 존재로 통한다. 샬럿 봅캐츠의 브라운 감독도 “역할 자체에 좌절감을 느껴 은퇴 소문이 나온 것으로 믿는다. 아이버슨이 얼마나 농구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며 “은퇴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친정팀 필라델피아가 아이버슨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농구천재’아이버슨의 NBA 현역 생활이 이렇게 끝날지 새로운 팀이 나타날지 이번 주가 고비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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