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의 새 사령탑 박종훈 감독이 경기 중 선수들에게 사인을 내고 있다. 에이스 봉중근마저 2군에 내리는 강공 드라이브를 선택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선수단 체질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박 감독이다. 스포츠동아 DB
□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싸움 의지 부족” 류택현 2군 보내고
‘강판 불만’ 봉중근 마저 2군행 지시
박감독 정면돌파…LG개혁 시험대
지난해 말 5년 장기계약을 맺고 난파선 LG호에 승선해 지휘봉을 잡은 박종훈(51) 감독은 팀 체질개선과 선수단 의식개혁을 화두로 삼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생각보다 강도높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4일 넥센전이 끝난 뒤 에이스 봉중근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불펜의 핵으로 활약해온 베테랑 류택현을 2군에 보냈다.
○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봉중근은 4일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3이닝 동안 1홈런 포함 4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박 감독은 그 이전에 마운드에 직접 올라 봉중근에게 “너 혼자 야구하냐?”며 한 차례 주의를 줬다. 그리고는 3회가 끝나자 강판을 지시했다.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볼넷 후 실점하는 패턴도 좋지 않았지만 마운드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표정과 행동에서 드러나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듯한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박 감독은 강판 후 덕아웃에서 씩씩거리는 봉중근에 대해 “네가 그러면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한 뒤 2군행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박 감독은 에이스 투수는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선수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봉중근으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누차 강조했던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기대와 우려
에이스의 2군행이 결정되자 LG 선수단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적으로 베테랑 선수들은 “감독님이 그럴 만도 했다”며 수긍하는 반면, 일부 젊은 선수들은 “감독님이 너무 세게 나오시는 것 같다”며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LG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도 실패하면 프로야구 새역사(?)를 쓴다. 초창기 약체의 대명사였던 삼미~청보~태평양(1982~88년)도, 롯데(2001~2007년)도 7년간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한뒤 8년쨰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
LG에는 전력이 약했건 탓도 있지만 팀 안팎에서 선수들의 의식문제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박 감독은 더 관망할 수도 있었지만 시즌 시작하자마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봉중근도 2군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선수단에 전한 것이다.
그러나 정면돌파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공존한다. 선수들이 진심으로 감독의 뜻에 융화하느냐, 아니면 그동안 수년간 되풀이돼 온대로선수들의 반발심리만 커져 또다시 좌초하느냐의 갈림길에 선 ‘박종훈호’다. 박 감독 으로서는 칼을 빼든 이상 성공적인 수술을 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연 박종훈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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