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젤라(vuvuzela) 소리가 짜증난다고? 다른 응원도 만만치 않아."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대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인 부부젤라. 남아공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이 응원 나팔이 내는 벌 떼 소리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ABC뉴스는 16일 "선수와 관중을 괴롭히는 응원은 로마시대 검투장 이래 모든 경기장에 존재해왔다"며 스포츠 계의 대표적인 '소음(annoying sound)'들을 소개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스포츠 전문가들이 뽑은 가장 성가신 소음 제조기는 '선더스티스(Thunderstix)'라 불리는 공기주입식 막대기 튜브. 2개를 양 손에 잡고 부딪혀 소리를 내는 이 응원도구는 2002년 미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 팬들이 처음 선보였다. 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지미 트라이나 수석 프로듀서는 "지금은 전 세계 보편적인 응원문화가 됐지만 첫 등장 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며 "부부젤라나 선더스티스나 의미 없이 시끄럽단 점에서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즈의 전통적 응원도구 '카우벨(cow bell)'도 만만치 않다. 동계올림픽 스키 경기 출발 때 쓰이는 카우벨을 수천 개 동시에 울려대는 굉음은 정신을 쏙 빼놓곤 한다. 미 대학 야구경기에 자주 쓰이는 알루미늄 배트 부딪히기도 대표적인 소음 응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지 시끄럽기 때문에 성가신 소음으로 불리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신경을 긁는 악의적인 응원이나 행위는 소리가 작아도 불쾌하다. 미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아이비리그가 아닌 대학과의 경기에 지고 있을 때 "괜찮아. 쟤들은 결국 나중에 우리 밑에서 일해"란 내용의 응원가를 즐겨 부른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로버트 에델만 역사학 교수는 "서구의 많은 응원가들이 심각한 계급차별,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고음을 내는 것보다 훨씬 질 낮은 응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테니스 선수들이 서브 등을 넣을 때 내는 괴성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며 △러시아 관중들은 심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응원문화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린다 보리쉬 웨스턴미시간대 교수는 "내겐 성가신 소음이라도 어떤 이에겐 소중한 문화일 수도 있다"며 "자신들의 응원 방식을 아낀다면 부부젤라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