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하나뿐인 피붙이 ‘똑띠야’ 대호 삼촌이 간다

입력 2010-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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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동아DB

이대호의 남다른 가족사랑 알고보니…
세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집 떠난 어머니

된장장사 할머니 손에 자란 그와 형

사무치게 그리운 혈육의 정…

형이 조카를 낳았심더, 이뻐 죽겠심더!

그래서 홈런 더 쳐야겠심더!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 울 형이 낳은 첫 조카…
“이뻐 죽겠심더.”

롯데 이대호(사진)는 휴식일인 9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부산 시내 한 산후조리원을 찾았다. 전날 대전 야간경기 후 늦은 밤 집에 도착했지만 첫 조카를 보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와 함께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젠 똑띠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대호는 4일 잠실 두산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 밟은 30홈런 고지. 이튿날 만난 그는 하루 전 친형 커플(이차호-김미선)이 득녀한 것을 털어놓으며 “30홈런은 첫 조카인 똑띠(태명)가 내게 준 선물”이라고 했다.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본 똑띠가 너무 예쁘고 귀엽다며 마치 자신이 아이를 얻은 듯 행복해했다.

똑띠를 얻은 기쁨의 힘이었을까. 이대호는 30홈런을 기록한 이후 8일 한화전까지 5연속경기 홈런을 생산했다. 지난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5홈런을 뽑은 적은 있지만 그가 5연속경기 홈런을 때린 것은 이번이 생애 처음. 이대호는 “똑띠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이젠 내가 똑띠를 위해 선물할 때”라며 “연속경기 홈런에 욕심을 내겠다”고 했다.


○똑띠에 대한 남다른 사랑


이대호는 똑띠의 이름을 아직 짓지 못했다며 “통도사에 계신 혜원 스님께 좋은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통도사는 2005년 말 그가 ‘다이어트’를 위해 50일 넘게 머물면서 인연을 맺은 곳. 이대호가 이처럼 첫 조카인 똑띠에게 남다른 사랑을 느끼는 건 피붙이에 대한 간절함이 유독 더 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세살 때 돌아가신 그는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 할머니 슬하에서 컸다. 시장에서 된장 장사를 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두 손자를 뒷바라지 하시던 할머니는 그가 경남고 2학년 때 결국 세상을 떠났다. 피붙이라곤 이제 형 차호씨 뿐. 2006년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하며 돈과 명예를 얻은 뒤, 이대호는 이런 얘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장 힘들었다. 할머니에게 받은 많은 사랑을 이젠 보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할머니는 이제 세상에 안 계신다.” 그가 오프 시즌이면 잊지 않고 독거노인들을 위한 연탄배달, 목욕봉사를 하는 것도 할머니에게 못다 한 효도를 하기 위해서다.


○이승엽 넘는다

최근 가파른 홈런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는 이대호는 2003년 이승엽(56개) 이후 계보가 끊긴 한 시즌 40홈런 고지를 노리고 있다. 이대호가 9일까지 뽑은 홈런수는 101경기에서 34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44개 이상 홈런이 가능하다.

“50홈런을 친다해도 승엽이 형 기록을 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해 온 그는 이제 이승엽을 넘어설 좋은 기회를 잡았다. 바로 연속경기 홈런이다. 한국프로야구 연속경기 홈런 기록은 6.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과 스미스가 나란히 1997년 7월 19일부터 25일까지 기록했고, SK 이호준도 2003년 6연속경기 홈런 맛을 봤다. 어지간해선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대호가 “연속경기 홈런에 욕심을 내겠다”고 말하는 것도 새로 태어난 피붙이 똑띠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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