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기막힌 좌파 마운드에 기죽은 좌파 방망이

입력 2010-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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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스포츠동아 DB]

류현진 김광현 등 특급에이스 득세
‘홈런 5걸’ 좌타자 가르시아가 유일
최희섭 “왼손 잡는 왼손…적응하자”
‘좌파의 득세 때문에 몰락한 좌파.’정치 혹은 사회·경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는 유례없는 좌투수 전성시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 때 왼쪽 타석에 선다는 것만으로 큰 특권을 누렸던 좌타자들은 똑같은 왼손잡이 좌투수들의 기세에 눌려 몇몇 고수를 빼면 강호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왼손시대

한국프로야구 역대 11명의 20승 투수 중 좌완은 김일융(1985년·삼성), 이상훈(1995년·LG) 뿐이다. 그만큼 리그를 지배했던 각 팀의 에이스 중 우완투수의 비율이 절대적이었다. 삼미가 프로야구 원년 ‘동호회’야구 선수였던 감사용이 왼손 투수라는 점을 고려해 선발했을 정도로 왼손투수는 희귀했다. 그러나 2010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왼손 투수, 그것도 특급 좌완이 넘친다. 29연속 퀄리트스타트라는 세계기록을 달성한 한화 류현진(사진)을 시작으로 SK 김광현, KIA 양현종, 삼성의 차우찬, 장원삼, LG 봉중근 등이 각 팀의 에이스다.


○타격 15걸 중 좌타자는 단 4명

KIA 최희섭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다. 그러나 “좌타자지만 왼손 투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급 왼손 투수가 워낙 많다. 그만큼 왼손 타자들의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섭의 말처럼 매년 타격 상위권을 휩쓸던 왼손 타자들이었지만 올해 19일까지 타격 15걸 중 좌타자는 단 4명뿐이다. 그나마 상위 1∼5위에는 LG 이진영(3위·0.342)이 유일하다. 홈런 역시 상위 5위권 중 좌타자는 롯데 가르시아(4위·24개) 뿐이다. 출루율에서도 상위 5위에 좌타자는 SK 박정권 하나다.


○다승·방어율·탈삼진 상위권 점령한 좌투수

반대로 좌투수들은 각 부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다승은 류현진(15승)과 양현종, 김광현(이상 14승)이 독주하고 있다. 류현진은 다승에 이어 방어율,탈삼진,승률까지 4개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류현진을 제외하더라도 방어율과 승률 등 선발투수들의 각종 기록에서 좌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숨어있던 왼손잡이 그리고 적응력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2007년 조사한 결과 전세계 인구 중 왼손잡이는 10% 내외로 추산됐다. 1900년 유럽지역의 왼손잡이가 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학계에서는 선천적 왼손잡이의 비율이 변했다기보다는 왼손잡이를 기피했던 사회적 인식이 변화돼 성장기에서 오른손 사용을 강요받은 왼손잡이의 수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구라는 종목으로 한정해서 따져보면, 종목의 특성상 왼손이 유리하기 때문에 유망자원이 많아진 점이 좌투수 전성시대의 큰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좌투수가 늘어나 그동안 누렸던 희소성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희섭은 “왼손 투수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에 대한 적응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야구발전을 위해서라도 좌타자들이 힘을 내야겠다”고 말했다.목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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