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를 아이들과 함께 시청할 때마다 필자의 뇌리에 남는 대사 하나는 ‘그것 참 미스터리 합니다∼’라는 것이다.
봉숭아학당 코너 첫머리에 한 개그맨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X-파일’을 흉내 내며 매주 반복하는 대사지만 필자는 그게 지루하지 않다. 그건 그 개그맨의 짧은 대사가 필자의 뇌리에 잠복해있던 ‘K리그의 미스터리’를 자꾸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아직 성장통을 겪고 있는 K리그에 이해 못할 게 한둘이 아니지만 필자가 느끼는 미스터리는 대충 이렇다.
○용병은 무조건 비싸야?
자국 선수의 몸값을 무조건 더 쳐주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보면서 ‘참 이상한 × 들’이라고 생각했던 필자. K리그에선 그 반대현상에 고개가 갸우뚱해지곤 했다. 브라질 선수 모따의 급여가 설기현이나 이동국의 2배라는 사실을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실력이 비슷하다고 전제하더라도 구단 인지도 상승과 관중 동원, 마케팅 파워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죽 쒀서 개 줄일 있나?
K리그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는 선수 트레이드에 무척 인색하다는 것. 특히 유망주를 데려와 방치하다 선수생명을 날리는 데는 가히 프로급이다. 쓰지도 않을 선수를 비싼 연봉 주어가며 데리고 있는 이유는? ‘남 주긴 아깝고 내가 쓰긴 좀 뭣하고’ 뭐 이런 이유인 것 같은데 실상은 ‘행여 다른 팀에 보냈다가 펄펄 날면 낭패’라는 게 솔직한 심정 아닐까. 임대 보낸 선수가 잘 하면 우리 클럽 자산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유럽과는 극명한 차이다.
인식차이긴 보단 너무 속 좁은 생각이다. 게다가 ‘누구 좋으라고 임대선수 키워주나,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 죽 쒀서 개 줄 일 있냐’고 반문하는 지도자도 있다니 정말 미스터리하다.
○일단 버티고 보는 게 상책?
K리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감독들의 수명이 무척 길다는 것. 3년, 5년은 기본이고 10년 넘게 장수하는 감독도 심심찮다. 정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꼭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모처럼 감독이 바뀌면 그뿐, ‘동반사퇴’라는 책임의식은 결여돼 있다는 사실. 사령탑 영입이 실패로 드러나면 감독을 영입한 당사자나 감독을 보좌했던 현장라인은 함께 물러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K리그는 감독이 사퇴해도 꿋꿋이 버티는 사람들이 적잖다. 의리를 따라 과감히 털고 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구단 경영, 남의 집 얘기?
몸값 100만 달러인 선수에게 300만 달러 이적제의가 왔다면? 시장논리라면 무조건 팔아야 한다. 그런데 K리그에는 이런 시장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외형은 독립법인이지만 의식은 여전히 K리그를 인위적으로 탄생시킨 ‘5공 시대’에 머물러있다. 성적이 떨어져 야단맞기보단 차라리 살림이 거덜났다고 보고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문제다. 모두 ‘주인’이 없는 탓이다. 참,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