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서 배팅볼 투수로 일하고 있는 이석모 씨.
SK 배팅볼 투수 이석모(20·사진) 씨에게는 벌써 아이가 둘 있습니다. 첫 딸 고은(2)과 태어난지 90일이 된 둘째딸 가은. 동갑내기 아내 여예슬(20)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입니다. 약관의 젊은 부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처음 만났고, 불같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3학년이던 여름, 첫 딸을 낳았습니다.
물론 과정이 순탄했을 리 없습니다. 아직 고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승낙할 부모는 거의 없을테니까요. “당연히 반대가 심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계속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앞으로 알아서 잘 하겠다’고요. 저도 부모님도 큰 결심을 한 거죠.” 지금 두 손녀는 양가 부모에게 둘도 없는 기쁨입니다.
이 씨는 원주고에서 포수로 뛰었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돈을 벌기 위해 곧 중퇴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고향 인천의 연고팀 SK를 찾아간 겁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었는데 결국 못 하게 됐으니 프로의 그라운드라도 밟아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선수들을 도와주는 이 일이 제 적성에 잘 맞아요. 제가 배팅볼 던져준 타자가 잘 치면 저도 보람이 있고요.” 게다가 틈틈이 선수단 매니저와 전력분석원들에게 일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SK의 정식 프런트로 자리잡기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힘든 점은 단 하나. 잦은 출장입니다. 몸이 고되기 때문은 아닙니다. “애가 둘이잖아요. 원정 경기에 가면 너무 보고 싶거든요. 인천에 있을 때도 제가 집에 들어가면 애들이 자고 있는 시간이라 많이 못 보니까요. 우리 딸들이 애교가 정말 많거든요.” 영상 통화로 “아빠, 힘내세요∼”를 부르는 딸 고은이를 보면 당장이라도 집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 둘째 가은이도 아빠에게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줍니다. “갓 태어난 둘째의 얼굴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도 더 열심히 벌고요. 하하하.”
스무살. 다른 청년들은 한창 청춘을 불태우느라 정신 없을 나이. 하지만 이 씨는 일찌감치 가족을 돌보는 책임감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까운 젊음이야 나중에 보상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요. “제 나이 마흔이 되면 우리 애들은 다 스무살이 넘잖아요. 친구들이 애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 고생할 때, 저는 애들 다 키워 놓고 열심히 놀 거예요.” 어린 아빠는 오늘도 “딸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그 날까지!”를 외치며 가을의 야구장으로 출근합니다.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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