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지휘봉 홈 유나이티드 이적
절친 선배와 의기투합 마지막 불꽃
‘원조 총알탄 사나이’ 김대의(36·사진)가 싱가포르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다.절친 선배와 의기투합 마지막 불꽃
김대의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수원 삼성을 떠나 싱가포르 리그(S-리그) 홈 유나이티드로 이적한다. 홈 유나이티드는 이임생(39) 전 수원 수석코치가 작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
이 감독과 김대의는 수원 시절 코치와 선수로 함께 했다. 작년 3위에 이어 내년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이 감독은 김대의가 적지 않은 나이지만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순히 선수보강 차원만은 아니다.
김대의 역시 곧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 영어를 익히고 지도자 공부도 본격 시작할 생각을 갖고 있던 참에 이 감독이 “싱가포르에서 1∼2년 선수로 더 뛴 뒤 공부를 시작하라”며 불러 들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강습을 위해 잠시 귀국해 있는 이 감독은 연수를 마친 뒤 21일경 김대의와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할 계획이다.
● 더 큰 꿈을 꾸며 의기투합
‘망치’와 ‘원조 총알탄 사나이’가 의기투합했다. ‘망치’는 이 감독의 선수시절 별명. 터프한 생김새와 우직한 성격을 빗대 FC서울 최용수 코치가 붙여줬다.
그의 싱가포르 감독 도전기를 보면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다. 싱가포르에 머물던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작년 말, 차범근 당시 감독과 구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난 그는 홈 유나이티드 감독을 공모한다는 소식에 원서를 넣고 31:1의 경쟁률을 뚫었다. 어떤 지인의 도움도 없이 최종 면접까지 스스로 통과했다. 한국국가대표 출신과 프로 팀 수석코치 경력, 무엇보다 유창한 영어실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영어 역시 수원 코치 시절 훈련을 마친 뒤 집에서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독학으로 익혔다.
싱가포르에서 그의 뚝심은 빛을 발했다.
팀 내 최고연봉이자 구단주가 총애하는 외국인 선수가 훈련을 대충하고 경기에만 뛰려고 하자 과감히 엔트리에서 빼 버렸다. 현지 언론과 팬들은 물론 구단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는 구단주와 면담에서 “저런 선수를 이름값만으로 계속 쓰면 팀이 망가진다. 나와 선수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며 맞섰다. 결국 구단은 그의 손을 들어줬고 외국인 선수는 팀을 떠났다. 팀은 후반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한때 선두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이 감독과 가장 잘 맞는 후배가 바로 김대의다. 김대의가 2004년 성남에서 수원으로 팀을 옮겼을 때 이 감독은 선수를 은퇴한 뒤 차 감독의 부름을 받고 트레이너로 막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감독이 트레이너에서 코치, 수석코치로 승진했지만 김대의는 사석에서 여전히 그를 ‘선생님’아닌 ‘형’으로 부른다.
이임생 감독과 김대의는 단순히 공부나 연수 차원을 넘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한국에만 있으면 너무 안주하게 되잖아요. 지금처럼 젊었을 때 외국에 나가 공부도 하고 견문도 넓히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그들의 눈에는 저희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책임감도 막중합니다.” 둘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