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아나운서, 잠옷입고 이불감싼 채…그 자리서 숨져

입력 2011-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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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생을 스스로 마감하기까지 송지선 아나운서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그토록 컸던 것일까. 송 아나운서는 고통을 끌어안은 채 생전 발랄했던 모습을 추억으로만 남겨놓았다.

사고 현장 슬레이트·철골 종이처럼 구겨져
이웃주민 “잘 웃던 아가씨였는데…충격적”
스포츠채널 MBC스포츠플러스의 프로야구 전문 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 야(夜’)를 진행하던 인기 방송인 송지선(30) 아나운서가 23일 오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지선 아나운서는 이날 오후 1시43분께 자신이 살고 있던 서울 서초동의 25층짜리 오피스텔 19층에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현장을 처음 목격한 오피스텔 경비원은 경찰 진술에서 “천둥처럼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주차장 입구에 사람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송 아나운서는 자신의 오피스텔 뒷창문을 연 뒤 입고 있던 잠옷 위로 이불을 감싼 채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집 뒷창문은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작은 크기였다. 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지하주차장 입구 위를 덮고 있던 반투명 슬레이트(플라스틱 막)는 이중으로 되어 있었음에도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50cm 정도 깨져 있었다. 슬레이트를 받치고 있던 철골도 종이처럼 구겨졌다.

현장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가스가 폭발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세상에 이렇게 큰소리는 처음 들었다. 너무 큰소리에 놀라 나와 보니 처참한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누가 이불을 털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 참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 주민은 “쿵 소리에 나와 보니 집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평소 송 아나운서와 알고 지냈다는 오피스텔의 한 주민은 “인사도 잘하고 잘 웃던 아가씨였는데,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내라고 했는데…”라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송지선 아나운서가 최근 불거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임태훈과의 스캔들 때문에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송 아나운서는 올 초 트위터에 자살을 암시한 글을 올려 걱정을 샀고, 이후에는 임태훈 선수와의 스캔들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공식 브리핑에서 유서 여부에 대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고인의 휴대전화, 컴퓨터의 내용을 통해 자세한 자살동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식 브리핑과 달리 이날 송 아나운서의 집에서 현장 감식을 끝내고 나온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모인 취재진에게 “우울증 약을 복용했고, 유서로 추정되는 프린트물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프린트물에 담긴 내용은 정확하게 밝힐 순 없지만,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맥심 코리아
이정연 기자 (트위터@mangoostar)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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