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이 본 ‘프로야구 600만

입력 2011-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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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金·WBC 준우승, 야구판 확 키웠다”
2004년 230만명서 7년만에 3배나 급증
국제대회 호성적 폭발적 흥행 터닝포인트

전경기 생중계 등 언론관심 ‘국민스포츠’로
“꽃미남 선수들 등장에 여심 자극” 의견도

“전용구장 등 인프라 개선 숙제” 한목소리


올 시즌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 6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흥행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프로야구 창립 30주년을 맞아 그야말로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한 프로야구다. 아직 시즌을 마치지 않은 9월 20일 현재 프로야구는 486경기를 치르면서 627만9366명의 관중수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만2921명이다. 현재와 같은 페이스면 산술적으로 532경기를 모두 소화할 경우 올 시즌 687만여명의 관중수를 기록하게 된다. 스포츠동아는 6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프로야구 종사자 50명을 대상으로 최근 프로야구가 흥행일로를 치닫는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700만과 800만 관중을 넘어 1000만 관중 시대로 가기 위한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평균관중 1만2000명 시대 폭발적인 흥행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총 관중수가 200만명대에 불과했다. 특히 2004년에는 230만명을 갓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해 평균 관중수도 4383명에 불과했다. 평균관중수만 놓고 보면 역대 최저수준이었다. 프로야구 종사자들은 위기의식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5년과 2006년 300만 관중 시대로 진입하더니 2007년 400만을 돌파했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00만 관중 시대로 복귀했다. 2009년과 2010년 590만 관중으로 간발의 차로 600만명을 채우지 못했으나, 올 시즌 마침내 6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혔다. 평균 관중수도 2008년 사상 최초로 1만명으로 진입한 뒤 2009년과 2010년에는 1만1000명 이상으로 들어섰고, 올 시즌에는 20일 현재 경기당 평균 1만2921명으로 1만3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과 비교해보면 7년 만에 거의 3배 가까이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1만명 남짓한 지방구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잇따른 국제대회 호성적, 흥행 폭발의 기폭제

프로야구가 이처럼 폭발적인 관중증가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설문대상자 50명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최근 잇따른 국제대회의 호성적이 관중증가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WBC 이후 야구장에 여성팬들이 급증했다”면서 “잠실야구장을 찾는 학생팬들에게 물어보니 올림픽과 WBC를 보고 선수들을 직접 보기 위해 야구장에 왔다는 대답을 하더라. 야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부분이 관중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LG 박종훈 감독도 “기폭제는 역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다. 기존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오게 만들었고, 야구를 몰랐던 사람들도 야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넥센 정도영 마케팅팀장은 “축구의 A매치 성격과 비슷한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통해 그동안 한국야구를 실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던 국민들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질 높은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KIA의 외국인선수 로페즈는 “3년 전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해도 한국야구의 수준은 더 발전했다. 수준 높은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도미니카 선수들도 모두 한국야구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야구는 해외에도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만의 응원문화와 미디어의 관심

국제대회 호성적을 밑바탕으로 질 높은 컨텐츠를 담아내면서 프로야구가 팬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롯데 홍성흔 역시 “4개 구장의 전 경기가 중계되면서 팬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선수들의 노출 빈도도 높아졌다. 스포츠전문지 1면도 늘 야구로 장식되면서 팬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결국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 송삼봉 단장과 롯데 배재후 단장은 “30년 동안 계속된 야구인 선후배들의 노력과 KBO 및 각 구단의 노력의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고, KBO 이진형 홍보팀장과 LG 조연상 마케팅팀장 등은 “최근 수년간 각 구단이 어린이와 여성, 가족단위 팬들을 위한 마케팅을 편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과 잘 생긴 선수들이 스타로 부각되면서 젊은 여성팬이 급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삼성 진갑용은 “젊은 선수들, 특히 꽃미남 선수들이 잘 하면서 여성팬들이 늘었고, 경기 자체도 재미있어졌다”고 말했고, 두산 신경식 코치와 롯데 조성환은 “잘 생긴 선수들이 화면에 많이 나오면서 여성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었다. 젊은 선수들의 약진과 맹활약으로 팀컬러들도 젊어지면서 야구가 생동감이 있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프로야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가 발전하면서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KIA의 일본인 타격코치인 히라노 코치는 “일본은 선수들의 플레이가 정형화돼 있지만,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는 개성이 넘친다. 그래서 더 다이내믹하고 관중들이 빠져들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응원문화 역시 깜짝 놀랄 정도다. 춤을 추는 등 마치 축제 분위기다. 그라운드에서 우리가 봐도 경기 이상으로 응원이 재미있다. 이것이 한국프로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LG 조인성은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팬들이 많은 돈이 들지 않는 야구장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고, 넥센 김동수 코치는 “천하무적 야구단의 공로도 크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하는 야구’에서 ‘보는 야구’가 모두 발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영화산업의 쇠퇴와 축구 등 다른 스포츠의 쇠락으로 인한 반사이익, 해외파의 부진과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여가의 확대 등이 프로야구 흥행의 원인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1000만 관중 시대를 향하여

그러나 프로야구가 최근 흥행에 흥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프로야구가 700만과 800만을 넘어 1000만 관중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돔구장 건설을 비롯한 지방구장의 현대화가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팬들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 시설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내다봤다.

넥센 조태룡 단장은 “인프라가 중요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삼류극장에서 상영한다면 음향과 화면 등의 문제로 감동이 덜할 수밖에 없다. 한국 프로야구의 컨텐츠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데 이를 담을 수 있는 대형 야구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효봉 해설위원은 “전용구장들이 만들어져야한다. 현재 8개구단 체제에서 올 시즌 관중은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 김선우는 “야구장의 시설 개선이 절실하다. 야구는 듣는 것, 보는 것, 먹는 것, 느끼는 것 등 오감을 충족시켜 줘야한다”, LG 조연상 마케팅팀장은 “요즘엔 비싸더라도 테이블석이 가장 먼저 예매된다. 가족단위의 팬들이 외야석엔 잘 안 간다. 결국 관중의 편의시설이 확충된다면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10구단의 창단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2013년에 10구단이 1군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홀수 구단 체제로 팀당 128경기 이상을 하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모든 기록은 다 뒷걸음질친다. 올라가기는 어려워도 내려가는 건 금방이다”고 걱정했다.

이밖에 양상문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오프시즌 때 팬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넥센 장기영은 “선수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야할 것 같다”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팬들에 대한 태도도 향후 팬층 확보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SK 김찬무 마케팅팀장은 “8개구단의 합동 마케팅이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은 “중고생 등 저변확대, 특히 강원도와 전북 등 야구 불모지인 지방의 중고교 야구부가 늘어나야 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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