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정재훈 “내 꿈은 100승 100세이브 100홀드”

입력 2011-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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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불펜투수 정재훈은 스토브리그에서 ‘FA 대박’을 터뜨렸다. 사실상 평생 두산맨이 된 정재훈은 “두산의 우승만을 생각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 정재훈이 말하는 정재훈


대학때 하루 10시간 이상 훈련 폼교체 악바리
통산 방어율 2.82…구원왕·홀드왕 국내 유일
부상없는 2012년 목표 한국시리즈 우승 GO!

불펜투수로는 2003년 LG가 영입한 진필중(4년 30억원)에 이어 2번째로 큰 계약이다.

정재훈의 이번 계약은 선발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불펜투수의 가치상승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는 두산에서 9년 동안 29승121세이브39홀드를 기록했다. 통산 방어율 2.82에 구원왕과 홀드왕을 한 차례씩 차지했다.

386경기에 나가 536.2이닝 동안 521탈삼진을 올릴 만큼 구위도 뛰어났다.
그는 계약을 마치고 “불펜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좋은 일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정재훈은 얼음처럼 냉정하고, 컴퓨터처럼 정교한 투수다. 특히 교과서 같은 투구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크볼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정재훈은 “성취감과 함께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내년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두산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했다.

투구폼을 바꿔야 산다

정재훈은 휘문중 2학년 때 청룡기중학대회에서 우승한 투수다. 휘문고 때는 투수보다 주로 유격수로 뛰었다. 당시 OB에 유격수로 지명됐을 정도다. 그는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다른 대학에선 유격수 정재훈을 원했지만 성균관대에선 ‘투수로 기용하겠다’고 했다. “공을 던지는 데 자신이 있었죠. 야수가 아닌 투수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계속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어깨가 아팠고, 2학년 때는 팔꿈치가 아팠다. 투구폼이 컸고, 와일드하게 던지려다보니 밸런스가 나빴다. 2학년 말 중대한 결심을 했다. ‘폼을 바꾼다.’ 폼을 바꾸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미친 듯이 투구폼 바꾸는데 쏟았다. 두산 정재훈의 폼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3학년 초 새로 부임한 박성기 투수코치(전 쌍방울)가 투수미팅을 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고쳐야 할 점을 말하겠다. 먼저 정재훈. 너는 고칠 게 없다.” 그해 정재훈은 90이닝을 넘게 던지며 단 3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선배! 저 몸쪽 직구 던질래요

프로 데뷔 첫해 정재훈은 개막전 엔트리에 뽑혔다. 삼성과 경기를 하기 위해 대구로 이동하기 전날 밤. 그는 그만 길거리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큰 부상을 당했다. 곧바로 2군행! 프로 데뷔전도 잊지 못한다. 열흘 만에 1군에 올라와서 현대와의 경기 2-2 동점 상황에서 투입됐다. 상대 타자는 정성훈(현 LG). 포수 홍성흔은 변화구를 요구했지만 정재훈은 몸쪽 공을 던지고 싶었다. 홍성흔의 변화구 사인을 무시하고 계속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몸쪽에 던져서 홈런을 맞았다. 데뷔전 패전투수. “재훈아, 내가 너보다 경험이 많잖아! 투수가 자기 것을 갖고 있는 것도 좋지만 포수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프로 첫해 겪은 두 차례 사건은 그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데 큰 교훈이 됐다.


꿈은 100승-100세이브-100홀드!

정재훈의 꿈은 100승-100세이브-100홀드를 달성하는 것이다. 통산성적 29승121세이브39홀드를 기록 중인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선 71승, 61홀드가 필요하다. 100홀드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100승은 쉽지 않다.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표로 잡았어요. 앞으로 10년 매순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00승-100세이브-100홀드는 신선하다. 어느 누구도 이런 꿈을 이야기한 적이 없고 목표로 잡은 적도 없다. 정재훈이 아니면 누가 이런 꿈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는 폼도 컨트롤도 불만이에요

남들은 정재훈이 폼도 좋고 컨트롤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불만이 많다. “저는 제 폼이 마음에 안 들어요. 남들은 단점이 없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장점도 없어요.” 그는 타자들에게 자신의 폼이 너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싫다고 했다. 조금씩 조금씩 와일드하게 투구폼을 바꿔나가겠다는 게 그의 속마음이다. 그는 자신의 컨트롤이 좋다는 부분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타자들이 제공을 못 치는 것은 컨트롤이 좋아서가 아니라 승부구 싸움에서 제가 앞서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도 실투가 많다고 했다. 다만 승부처에서 상대의 노림수가 보이기 때문에 이겨나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산 베어스 정재훈.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 우승만 생각하겠다

정재훈은 구원왕과 홀드왕을 모두 차지한 국내 유일의 선수다. 2005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이 됐고, 2010년 23홀드로 1위에 올랐다. 프로에서 좋았던 기억은 2005년 KIA를 상대로 데뷔 첫 세이브를 따냈을 때다. ‘내가 프로에서 통한다. 나도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때 얻었다. 아픈 기억은 역시 포스트시즌이 많다. 200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1로 앞선 9회 1사 후 대타 김대익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 두산은 4전패를 당하며 무기력하게 우승을 내줬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선 결정적 홈런을 4개나 맞았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내년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 부상 없는 2012 년을 위해 그는 몸도, 마음도 최고의 상태로 만들겠다고 했다.



■ 김선우 “젊은 불펜투수의 멘토…아프지만 말아다오”



항상 재훈이가 고맙다

올해 15승을 했는데 재훈이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유독 내가 등판하는 날 많은 이닝을 책임져줬다. 시즌 도중에도 재훈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었는데 선발투수는 좋은 불펜투수 덕에 빛이 나는 것 같다.


선수들이 인정하는 투수다

단순히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것이다. 재훈이는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다.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다.


아프지만 말아다오!

재훈이는 기복이 거의 없다. 공도 잘 던지지만 위기상황에서 가장 침착한 선수다. 두산의 젊은 불펜투수들에게는 멘토 같은 존재다. 아프지만 않으면 걱정할게 없는 선수다.

■ 이용찬 “자신을 믿고 자신의 선택에 망설이지 않는다”


재훈이 형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

마무리, 중간, 선발까지 재훈이 형의 뒤를 따라간다. 마무리 할 때, 중간으로 뛸 때, 그리고 지금 선발하면서 재훈이 형의 조언이 순간순간 큰 힘이 된다. 나처럼 젊은 후배들에게 재훈이 형은 듬직한 리더다.


자신의 선택을 존중한다.

재훈이 형은 항상 자신을 믿는다. 마운드에서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선택에 주저함이 없다. 그 점을 배우고 싶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자신을 항상 믿는다는 게 부럽다.


재훈이 형이 불펜투수들에게 큰 힘을 줬다.

불펜투수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관리가 절대적이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해야만 한다. 재훈이 형의 이번 계약은 불펜투수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선발로 뛰는 나에게도 형이 두산에 계속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 정재훈 프로필


▲ 생년월일= 1980년 1월 1일

▲ 출신교= 역삼초∼휘문중∼휘문고∼성균관대

▲ 키·몸무게= 179cm·81kg(우투우타)

▲ 프로 경력= 2003년 두산 입단(1999년 신인드래프트 OB 2차 5번 지명)

▲ 프로 통산 성적= 386경기, 536.2이닝, 29승32패121세이브39홀드, 521탈삼진, 방어율 2.82

▲ 2012년 FA 계약= 4년 총액 28억원(계약금 8억원·연봉 3억5000만원·연간 옵션 1억5000만원)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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