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좌), 홍원기 코치(우). 스포츠동아DB
“네가 던지는 공 하나 하나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내 가슴도 벅차오를 것 같아”
박찬호(39·한화)의 가장 가까운 벗은 넥센 홍원기(39) 코치다.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 동기인 둘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야구에 대한 꿈을 함께 나눈 사이다. 박찬호가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넌지 18년-. 길고 긴 세월을 돌아 죽마고우는 다시 한 그라운드에 선다.
비록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지만,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홍 코치가 ‘절친’에게 편지를 띄웠다.
TO. 내 절친 박찬호
찬호야, 우리 고1 때 기억나? 빙그레 2군에서 뛰던 선배가 학교로 이글스 유니폼들을 가지고 오곤 했잖아. 그 주황색 유니폼이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선배들이 언더셔츠나 점퍼를 먼저 가져가면, 우리는 구멍 난 바지나 해진 장갑이라도 챙기려고 안달이 났었지. 그만큼 프로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아. 네가 22년 전 그렇게 꿈에 그리던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됐으니, 내 가슴도 벅차오른다.
무엇보다 너에게 바라는 것은 다치지 말라는 거야. 너도 이제 우리 나이로 마흔이잖니. 네가 일본에서 힘들어했던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야구문화가 많이 다르잖아. 단체훈련 중심의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한국의 야구문화도 미국보다는 일본과 비슷할 거야. 만약 네가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면, 정민철(39·한화) 코치와 잘 상의해서 조율했으면 좋겠다. 사석에서는 우리 세 명이 친구이니, 유니폼을 벗고 편하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고….
대신 정 코치가 성격이 까칠하니까, 운동장에서 말 잘 들어. 친구라도 공과 사는 엄격히 구분해야지. 너 혼낸다고 벼르고 있더라. 얼차려 줄지도 모르니 정신 번쩍 차리고…. 아, 그리고 정 코치가 영어가 좀 짧으니 어설픈 영어는 쓰지 말고. 하하.
적으로 맞붙을 다른 팀 선수에게 이런 말을 하니 어색하지만, 아무쪼록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 스물한 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던 그 때의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네가 한국에서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친구야.
FROM. 30년 지기 홍원기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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