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플레잉코치 류택현 “2군서 던질 실력이라면 언제든 선수 그만둘 것”

입력 2012-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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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에 토미존서저리를 받고 스프링캠프에서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는 LG 류택현 플레잉코치(왼쪽)의 열정에 사령탑 김기태 감독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 | LG 트윈스

LG플레잉코치 류택현의 꿈과 도전
2010년 수술대 오르고도 현역에 대한 의지 굳건
투수 최다출장 눈앞…김기태 감독 “정말 대단해”
LG 김기태 감독은 1월 초만 해도 반신반의 했다. 아니 냉정하게 말하면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이판에서 진행된 투수조 훈련에서 선수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일본에서 직접 눈으로 지켜보자 얼굴엔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김 감독은 9일,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다”면서 플레잉코치 류택현(41)을 칭찬했다. “지난해도 돈 한 푼 안 받고 구리구장에서 땀을 흘렸다. 그 하나만으로도 높이 살만한데, 지금도 후배들과 열심히 경쟁하고 있지 않느냐”며 “젊은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1971년생인 류 코치는 2010년 9월, 우리 나이 마흔에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주변에선 ‘그 나이에 미쳤느냐. 미련없이 은퇴하라’고 했지만,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꿈과 의지는 그를 수술대로 이끌었다. 자비로 받은 수술 후 그는 옛 소속팀 LG의 배려로 지난해 2군 훈련장인 구리에서 치열한 재활 과정을 거쳤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그에게 코치 전향을 기대했지만 현역에 대한 류택현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올 초 코치신분으로 구단과 계약을 한 그는 결국 플레잉코치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1차 테스트를 통과한 결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는 코치가 아닌 선수로 등록됐다.

코칭스태프 미팅에도 참가하면서 새까만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도 펼쳐야 하는 류 코치는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라면서 “후배들에게 짐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2군에서 던져야하는 실력이라면 언제든지 선수를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전에는 단순히 산이 높다고만 알지, 직접 올라봐야 그 산이 정말 높은 줄 알게 되듯 코치 역할을 해보니 코치가 이렇게 어려운지 이제야 알았다”는 그는 “코치로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꿈도 꿀 수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1994년 프로에 데뷔해, ‘고무팔’로 명성을 떨쳤던 류택현은 통산 811경기에 출장, 역대 투수 최다출장 기록(조웅천·813경기)에 2게임만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류택현은 “기록 때문에 선수를 더 하고 싶은 게 아니다”면서 “내 자신을 한번 더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했다. 현역 최고령 투수, 류택현의 꿈과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시가와(일본 오키나와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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