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조작 일파만파] 꼬리무는 소문…이러다 야구판 결딴날라 

입력 2012-0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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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힘입어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경기조작 의혹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큰 위기를 맞고 있다.스포츠동아DB

박현준 등 완강한 부정…커지는 의혹에 부담
백순길 단장 “진실규명 우선” 조기수사 촉구
KBO 양해영 총장 “시간끌면 야구계만 피해”
선수협 “선수 연루땐 엄벌하도록 수사 협조”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을 조사하던 대구지검에서 프로야구 경기조작 여부가 불거지며 일파만파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속구단 선수 2명이 의혹을 받고 있는 LG 백순길 단장은 16일,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가급적 빨리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도 “속전속결로 진실을 규명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검찰의 조기수사를 촉구했다.

오키나와 현지에서 선수들의 스프링캠프를 지켜보고 있는 백 단장은 “해당 선수가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나도 그 진정성을 믿는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문은 커지고, 의혹은 부풀려지고 있다. 선수 개인을 위해서도, 야구계 전체를 위해서라도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빨리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진실이 규명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고, 잘못이 없다면 의혹의 시선을 빨리 걷어내야 한다”고 덧붙인 그는 “다른 선수들도, ‘승부 조작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더 이상 일이 확대되기 전에 조사가 빨리 이뤄지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백 단장은 하루 전 의혹을 사고 있는 투수 박현준과 개인 면담을 통해 경기조작과 관련한 진실을 물었고 ‘그런 일이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LG 구단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만약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미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박현준은 물론이고 진주 캠프에서 훈련중인 김성현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만 커지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지검은 ‘소문만으로 수사 안 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내비쳤지만, LG 주축 투수 2명이 의혹을 사고 있다는 얘기도 검찰 쪽에서 흘러나왔고 검찰이 ‘수사 중’임을 내세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전 유명선수를 사칭한 거짓 제보도 잇따르는 등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양 총장이 “잘못이 있다면 영구제명 등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를 위해서 먼저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시간을 끌면 해당선수나 구단은 물론, 야구계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1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경기와 관련된 사기도박 행위가 있었고 선수들이 여기에 연루됐다면 관련자들을 엄벌할 수 있도록 검찰 수사와 KBO, 각 구단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지나친 보도경쟁 등을 경계하면서 “자체조사를 통해 진실을 파악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것이다. 최소한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부탁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프로야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허위 제보나 잘못된 보도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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